[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에 선임키로 하면서 삼성그룹의 주요 의사결정 구조가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방향성은 명확하다. 업무처리는 빨라지고, 권한에 비례해 책임도 커진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건은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지분 8.69%를 가진 국민연금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찬성키로 결정했고, 엘리엇 역시 최근 성명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해 ‘새로운 리더십’이라며 사실상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의결권 자문사 ISS역시 삼성전자 주주들에게 찬성을 권고 해 놓은 상태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되면 그날부터 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상훈 사장(CFO)의 등기이사 퇴임에 따른 공백을 이 부회장이 메울지는 확정적이지 않다. 이건희 회장이 여전히 생존해있는 상태란 점에서 권오현 부회장이 맡고 있는 이사회 의장직을 등기이사 등재와 함께 바로 물려받을 가능성도 적다는 것이 삼성 내부 전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등기이사에까지 오르면 삼성전자 차원의 명백한 법적 지위를 가지게 된다. 그간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권한에 비례하는 만큼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등재는 업무 처리의 신속성이 배가된다는 의미가 크다. 등재 전에도 이 부회장은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쳐왔지만, 이사회라는 공식 의사 결정 회의의 일원이 되면 이 부회장의 의중을 이사회 참여 인사들이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부회장의 의중도 외부에 공개된다. 이 부회장이 이사회에 참석케 되면 등기이사의 발언을 기록한 의사록과 안건에 대한 찬반 표시가 담긴 회의록이 만들어진다. 상장사는 의사록 공개 의무는 없지만 회의록은 공시토록 하고 있다. 보수도 공개된다. 등기이사에 선임되면 매년 두 차례 사업보고서에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연봉 5억 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토록 하고 있다.
책임성이 강화된다는 측면도 주요 변화 포인트다. 상법에 따르면 등기이사는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와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삼성전자와 관련한 민·형사 사건이 발생하면 등기임원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책임 경영 강화차원’이라고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의미부여를 하는 이유다. 삼성전자 오너가의 등기이사 선임은 지난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 퇴진 이후 8년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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