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와 언론 손잡았다”등 주장 펜스 “결과 전적으로 수용”입장차

성추문으로 최악의 곤경에 처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연일 ‘선거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의 주장이 유권자들의 대선 불복종을 부추길 위험까지 높아지자, 여기저기서 우려와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간)에만 4개의 트윗을 통해 선거조작론을 거론했다. 그는 성추문에 대해 “일어난 적도 없는 일 때문에 내가 여성유권자들을 잃고 있다”라고 했고, 곧이어 “선거가 힐러리 클린턴 캠프와 손잡은 언론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라고 했다.

트럼프의 편에 선 정치인들도 잇따라 선거조작론을 꺼내들고 나섰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ABC 방송에 출연해 “20개 방송사 경영진이 트럼프를 파괴하려고 결심했다”라며 “언론의 일방적 공격이 없었다면 트럼프가 힐러리를 15%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선거 조작에 대해 말하는 것은 투표소에서의 조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80~85%의 언론이 그를 적대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기꾼 힐러리’(Crooked Hillary)를 지지하는 부정직하고 비뚤어진 언론에 의해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지만, 많은 투표소에서도 그렇다”라고 음모론을 확장했다.

트럼프 진영의 선거조작론은 가뜩이나 기성정치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미 일간 보스턴 글로브에 따르면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인 댄 보우맨(50)은 최근 오하이오 주(州) 신시내티 유세에서 “만약 클린턴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우리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길 희망한다”면서 “엄청난 유혈 사태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스티브 웹(61)이라는 목수는 “‘투표구를 잘 감시하라’라는 트럼프의 말을 귀담아듣고 있다”라며 “멕시코인, 시리아인들 뒤에서 그들이 어떤 책임을 물릴 만한 일(불법행위)을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밀워키 카운티의 보안관, 데이비드 클라크는 트위터에 “정부, 백악관, 의회, 법무부, 거대 언론이 모두 썩었는데, 우리는 그저 욕만 하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 횃불과 갈퀴를 든 성난 군중의 시간이 왔다”라고 남겼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주류 정치인들은 정파를 가릴 것 없이 잇따라 트럼프를 비판하고 나섰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애쉬리 스트롱 대변인은 “우리 민주주의는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라이언 의장은 이번 선거가 진실되게 치러질 것이라고 자신한다”라고 밝혔다.

미국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 팀 케인 상원의원은 ABC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토론에서 진 이후로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고 선거가 조작됐다고 말하기 시작했다”라며 “공화당 지도자들에게 미국의 선거절차의 진실성을 지지해주기를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는 NBC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미디어의 명백한 편향 보도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사람들이 선거 조작이라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면서도 트럼프와 자신은 “대선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불복종 논란을 진화한 것이다.

한편 트럼프는 주말 사이 추가로 성추문이 제기돼 현재까지 9명의 여성이 트럼프로부터 성추행 등을 당했다고 밝혔다. 16일 공개된 NBC-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가 지지율 48%로 트럼프(37%)를 11%포인트 앞섰고, 워싱턴포스트-ABC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47%)가 트럼프(43%)를 고작 4%포인트만 앞질러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