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발화 이슈가 확산되면서 삼성전자가 11일 결국 갤럭시노트7의 글로벌 생산ㆍ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지만 아직 발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갤럭시노트7은 지난 8월 발화사고가 처음 발생했을 때는 배터리의 결함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한 제품에서도 발화 사건이 이어지자 제조과정상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일 구형 갤럭시노트7의 글로벌 전량리콜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결함’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배터리 설계상 문제가 아닌 제조상 문제로 발화가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계열사로부터 제품 조달을 중단하고 중국 ATL의 배터리를 사용해 교환품에 적용했다. 하지만 ATL 배터리를 장착한 갤럭시노트7 신제품에서도 잇따라 발화 사고가 제기되자 업계는 배터리가 아니라 스마트폰 자체에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진단이 애초에 잘못됐다는 얘기다.
우선 스마트폰 설계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출시한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부터 탈착형 대신 일체형 내장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내장 배터리는 부피를 줄일 수 있어 디자인상 장점이 크다.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고 방진ㆍ방수 설계도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외부 충격이나 발열 등에 더 취약할 수 있어 이를 감안한 스마트폰 설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홍채인식과 S펜 등 소프트웨어가 많이 탑재된 것이 과부하를 불러왔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존에 없던 고성능 소프트웨어들이 탑재되면서 갤럭시노트7에 과부하를 유발했다는 설명이다.
고속 충전 기능으로 인한 과부하도 발열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속충전은 일반 충전보다 많은 전류를 한꺼번에 흘려주기 때문이다.
이밖에 교체용 새 제품을 서둘러 만드는 과정에서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지적됐다. 새 기기 배터리를 공급하는 ATL이 단기간에 많은 납품 요청을 받으면 물리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어 품질 검사를 하기에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