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내 손상된 소기관 분해
‘오토파지’ 현상 연구 성과
당뇨병등 의약품개발 길터
오스미 요시노리(71ㆍ사진) 일본 도쿄공업대 교수가 효모를 이용해 ‘자가포식(autophagyㆍ오토파지)’이라는 생물현상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지난 3일(현지시간) 오스미 교수를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오스미 교수는 세포 내 손상된 소기관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현상을 연구해왔다.
자가포식은 우리 몸의 세포 속 소기관 중 하나인 ‘리소좀’이 다른 단백질을 분해해 재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한자를 풀어보면 ‘세포가 자기 살을 먹는다’는 뜻으로,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외부에서 미생물이 침입했을 때 세포 스스로 생존을 위해 내부 단백질을 재활용하는 면역 현상이다. 영양분 부족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가 스스로 내부 구성물질을 파괴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방어기전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자가포식 현상에 이상이 생기면 당뇨병이나 암과 같은 신진대사성 질환, 면역질환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가포식 현상은 이미 1970년대에 보고됐다. 하지만 오스미 교수는 1988년 세포 내에서 이 현상이 일어나는 모습을 현미경으로 처음 관찰하고 이후 자가포식의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해 냈다.
오스미 교수의 자가포식 연구는 질병 치료에 가져올 수 있는 ‘희망’이 되고 있다. 실제로 오스미 교수의 자가포식 메커니즘 규명 이후 많은 과학자가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뇨병과 자가포식 작용의 상관성이 대표적이다. 이미 당뇨병 분야에서는 췌장 베타세포의 자가포식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췌장에 아밀로이드가 쌓이고 인슐린 분비에 이상이 발생해 성인 당뇨병이 생긴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자가포식 연구를 하기 전만 해도 당시 의학계에서는 췌장 베타세포에 아밀로이드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축적되면 당뇨병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왜 아밀로이드가 췌장 베타세포에 쌓이는지 베일에 쌓여 있었다. 이 비밀은 자가포식 연구를 통해 새롭게 규명됐다.
자가포식 작용이 양날의 칼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 몸이 뚱뚱해질 때 비정상적인 세포를 먹어치우는 자가포식 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몸의 균형이 무너져 간질환이 유발되지만 너무 음식을 먹지 않아 영양결핍이 일어날 때도 자가포식 작용이 일어나 결과적으로 정상세포 기능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자가포식 기능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이용하면 향후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 개발도 가능하다. 적용 질환은 당뇨병 외에도 노화에서 비롯되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심부전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