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통해 모은 재산 현금화해 은닉한 정황 포착” 분석도
-구속 전 “돈 없으니 돈 받고 싶으면 빨리 합의 보자” 제안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법원이 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로 유명세를 타며 유사 투자자문사를 통해 1670억원대의 불법 주식매매를 하고 투자자들을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 이희진(30) 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7일, 동생 이희문(28)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해 형제가 나란히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 씨 형제의 재산 은닉 정황을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7일 오후 9시께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서봉규)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형 이 씨에 대해 청구했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8일 밝혔다. 심리를 맡은 김선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씨가 저지른 범죄사실이 소명됐고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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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희진(30) 씨가 지난 7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남부지법을 빠져나오고 있다. 검찰은 같은 날 이 씨의 동생인 이희문(28) 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검찰은 형 이 씨에 대한 심리가 끝나자 곧이어 동생 이 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재산 은닉을 포함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동생 이 씨도 형과 함께 범죄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이 하루 사이에 두 형제에 대해 나란히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이 이 씨 형제가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은닉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체포부터 구속영장 청구까지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검찰이 증거인멸이나 재산 은닉 정황을 포착하고 빠른 체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도 “형 이 씨가 소환에 불응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이를 인정해 지난 5일 영장을 발부했다”며 “관련 정황이 있었기 때문에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이라 했다.
이 씨 형제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재산을 현금화해 은닉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박봉준 피해자 모임 대표는 “형인 이 씨가 동생을 통해 부동산과 주식을 현금화한다는 정황 증거가 이미 나왔었다”며 “이 씨 형제를 고발할 때도 검찰에 해당 내용을 알렸고, 검찰도 재산 은닉 정황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 씨는 구속을 피하고자 체포 직전 “지금 가진 돈이 얼마 없으니 먼저 합의를 본 사람만 돈을 받아갈 수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의 변호인단도 “협상을 통해 피해금액 일부를 되돌려줄 수 있다”며 협상을 제안했지만, 피해자 모임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피해자 고발 대리를 맡은 김남홍 변호사(법무법인 소명)는 “전형적인 구속 전 시간끌기로 판단하고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며 “이미 동생을 통해 상당한 재산을 현금화해 은닉한 정황을 아는 상황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검찰이 동생 이 씨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고발 대상에 포함된 이 씨 형제의 투자자문사에 대한 수사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도 동생 이 씨가 대표로 있는 유사투자자문사 ‘미래투자파트너스’에 대해 증권신고서 제출의무를 위반했다며 과징금 2960만원을 부과했다. 검찰은 이미 형 이 씨가 대표로 있는 유사투자자문사 ‘미라클인베스트먼트’ 본사 등 10여곳을 지난달 23일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 이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8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김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osy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