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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김필수] 부산行·성주行·중국行
영화 ‘부산행’. 올해 첫 1000만 관객 돌파 영화다. 지난주말 뒤늦게 봤다. 메시지를 곳곳에 묻어뒀다. 가족애, 집단이기주의, 개인이기주의, 황금만능주의, 사회 부조리 등등. 다소 작위적이지만, 나쁘지 않다. 화면을 종횡무진하는 한국형 좀비는 아주 강렬하다. 감성적 메시지와 화려한 이미지라는 흥행코드가 잘 버무려졌다. 그리고 달려간다. 오로지 목적지 부산을 향해서. 단선적 목표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결국 영화는 ‘흥행 성공’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했다. 목표가 분명하면 일탈하지 않는다. 

성주행(行). 지난달 13일 이후 경북의 작은 도시 성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기온이 아니라 이슈로) 도시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보지로 결정되면서다. 성주군민들의 반발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성주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국무총리, 국방장관, 여야 의원, 일부 방송인 등. 이들의 ‘성주행’은 성공적이었는가. 답은 방문 목적에서 찾아야 한다.

우선 사드배치 강행을 위해 설득차 성주를 찾은 사람들(국무총리, 국방장관, 여당의원)은 ‘실패’했다. 나몰라라 하고 손을 놓은 것보다야 낫다. 하지만 시나리오와 대응카드를 들고 갔어야 했다. 준비되지 않은 발걸음은 사태만 악화시켰다. 진정 설득의 목적은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사드배치 철회를 위해 격려차 성주를 찾은 사람들(야당의원, 방송인)은 ‘격려’의 성과는 거뒀다. 일부 야당의원들은 골수 여당 지역에서 작은 감동과 지지를 얻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 철회’라는 최종 목적지는 아직 한참 멀리 있다. 이들의 내심 목적은 ‘격려’였을까, ‘철회’였을까. 의도하지 않은 목표가 달성될 수는 없다.

중국행(行). 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이 중국으로 향했다. 2박3일 일정이다. 중국 측과 사드 논의를 위해서다. 사드에 대한 더민주의 당론은 ‘전략적 모호성’이다. 찬반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향후 수권정당을 고려한 지도부의 포석이다. 당내 의원들은 생각이 좀 다르다. 반대 입장이 많고 강하다. 당내는 물론 같은 야당인 국민의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진다. “야성(野性)이 엷어졌다”는 비난은 모욕적이다. 그래도 지도부는 변함이 없다. 많은 걸 감수하고 버티고 있는 더민주다.

엉뚱한 곳에서 사달이 났다. 6인의 중국 방문단. 이들의 목적은 무엇인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 반대라는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대하지만, 여러 정황상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배치가 불가피하니, 중국의 반대논리를 들어보고 타협점을 찾아 보려고? 이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방향은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더민주 의원 6명이 온다”는 기사를 1면 톱에 걸며 쟁점화하고 나섰다. 중국으로선 이보다 더 좋은 한국 압박카드가 없다. 의견 청취를 위해 그냥 간다는 말은 순진하다. 때도 안 좋고, 모양새도 안 좋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나서 야당의원들의 발걸음을 막으려 했던 것도 모양 빠지긴 매 한가지다. 중국은 남남갈등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뭉쳐도 모자랄 판에 이런 적전분열이 어디 있나.

김필수 기자/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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