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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로 어디까지 마음놓고 갈 수 있을까, 여전히 발 동동구르는 차주들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전세계적인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 여파로 친환경차, 그중에서도 전기차가 부각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이에 발맞춰 주행거리를 늘린 전기차를 출시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기차를 대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아직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의구심의 가장 큰 요인은 충전 인프라 부족이다.

정부에서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늘린다고 하지만 실제 전기차를 타는 차주들은 충전 시설 부족으로 발을 동동구른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다. 충전시설이 있어도 관리 소홀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 실제 활용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여의도 IFC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 [사진=조민선 기자]
기자가 직접 A 브랜드의 전기차를 빌려 출퇴근길 주행과 함께 충전을 시도해봤다.

차를 빌린 첫날 계기판에 뜬 남은 주행거리는 80km(최대 주행가능거리 135km)였다. 내연기관차로 치면 남은 연료로 80km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일정은 서울 여의도에서 강남 포스코센터, 이후 예술의 전당, 다시 여의도까지 돌아오는 약 50km 구간이었다. 새벽 출근길엔 한산한 도로상황 속에 엑셀을 힘껏 밟고 달렸더니 주행가능거리가 뚝뚝 떨어졌다. 80km/h 이하로 주행할 때와 비교하니 주행가능거리가 떨어지는 속도가 가팔랐다. 포스코센터에 도착 후, 거리상으로는 20km가량 숫자가 떨어져야 하는데 남은 주행거리는 56km였다. 저녁 퇴근길에 예술의 전당에 잠시 들렀다가 여의도로 다시 돌아오는 구간은 약 30km 거리였다. 퇴근길 정체가 극심해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더운 날씨 때문에 에어컨을 최대치로 가동했다. 주행가능거리는 고속 주행 때와 비교해 훨씬 더 빨리 떨어졌다. 여의도 부근에 도착하니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20km에 불과했다. 내연기관 차량이라면 보험사 긴급 주유라도 받아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여유가 없어졌다. 

모바일로 검색한 환경부의 전기차 충전소 사이트와 검색 결과 [사진=조민선 기자]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사이트에 들어가 여의도 근처 충전소를 검색해봤다. 현대차 남부서비스 센터가 가장 가깝다고 떴다. 여의도 내 대형 쇼핑몰인 IFC에서 전기차 충전시설을 본 것이 생각나 검색해 봤지만 뜨지 않았다. 기억을 믿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IFC로 들어갔다. 주차장에 진입하자마자 총 4대가 충전 가능한 충전시설이 있었다. 남은 주행거리는 이제 18km. 전기차 주차 구간에 차를 대고 충전 단자를 연결해 충전을 시작했다. 완전 충전까지 걸리는 시간은 화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단 쇼핑몰에 올라가서 저녁을 먹고 1시간쯤 후 돌아갔더니 충전이 40%정도 완료됐다고 했다. 이 속도라면 2시간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완전 충전까지 더 기다리기로 했다. 

서울 여의도 IFC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시설, 충전 상황을 보여주는 화면 [사진=조민선 기자]
충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없어 충전되는 동안 주차장을 3번 왔다갔다하는 불편을 겪었다. 전기차 해당 브랜드나 충전 시설과 연동된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실시간 충전 상황을 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충전은 무료지만 유료 주차 시설에 차를 세우고 충전한다면 주차비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날은 도착후 3시간 40분 걸려 99% 충전이 완료됐다. 

30분 이내 완전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기를 검색해봤지만, 찾기가 어려웠다. 서울 시내에 30여 곳이 검색됐지만 여의도 부근에선 찾을 수 없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역별 전기차와 충전소 보급현황‘ 따르면, 전국 전기차 등록대수는 5767대지만 급속 충전 설비는 337기로 평균 17.1대당 1기 꼴이다. 중국이 3.8대당 1, 미국이 6.6대당 1기, 일본이 3.2대당 1기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못미친다. 미국은 지난 23일 오는 2020년까지 10분 이내 충전만으로 전기차가 200마일(320km)을 주행할 수 있도록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서울과 제주 지역에 급속 충전 시설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실현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급속충전소 확대도 예산과 부지 확보 문제로 빨리 실현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얼마나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이 될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충전에 대한 불편함, 불안감만 해소할 수 있다면 전기차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전기차는 엔진 대신 전동 모터로만 구동되기 때문에 소음이 거의 없다. 시동이 걸렸는지 여부를 알지 못할 정도다. 저속구간에선 순간 가속 능력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더 뛰어났다.

전기차 충전료가 곧 유료화 된다고 해도 비싼 기름값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미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다.

다만 이 또한 자동차 브랜드들의 주행거리가 연장된다는 전제하에서다. 지금까지 국내 출시된 전기차 중 최대 주행거리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1회 완전 충전으로 191km를 갈 수 있다. 주5회 도심 출퇴근은 무리없는 수준이지만, 장거리 주행을 생각하면 아직 불안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전기차가 아직까진 ‘세컨드카’ 개념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테슬라의 국내 출시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 3‘는 내년 출시를 앞두고 이미 40만여대가 선(先)주문된 상태다. 차를 직접 보지 않고도 예약금을 1000달러나 지불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모델3는 한번 충전으로 346km를 갈 수 있으며 내년 이후 국내서 시판될 것으로 보인다. BMW도 지난 5월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어 주행가능 거리가 최대 300km로 늘어난 신형 i3를 공개했다. 이 차는 올 하반기에 본격 판매된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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