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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있는 세포로 만든 로봇생체모방 기술 영역의 진화
이번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지의 표지는 살아 있는 세포로 만든 가오리 로봇이 장식했다. 금으로 뼈대를 구성하고 뼈대에 쥐의 심장 세포를 배양해 근육조직을 만든 바이오 로봇이다. 이 로봇은 전기 동력이 필요 없다. 빛에 반응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빛 자극을 주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이렇듯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얻고 자연을 모방하는 과정이 ‘생체모방’이다.

38억 년을 지구에서 살았으니 자연의 설계도는 완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자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모방하면 최상의 ‘지속 가능한’ 기술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생체모방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주장이다. ‘생체모방’이라는 용어를 처음 선보인 재닌 베이어스 박사는 “자연은 우리가 찾고 있는 해답을 이미 다 갖고 있다”며 “자연은 우리의 스승”이라고 말했다.

21세기에 들어서자 자연에서 배운 아이디어로 만든 로봇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연구진들은 어디에나 몸을 붙이는 ‘게코 도마뱀’ 발바닥을 비롯해 자기 몸무게의 50배를 드는 개미, 물 위에서 떠다니며 살 수 있는 소금쟁이, 표면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연잎 등의 구조와 형태를 모방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크고 복잡한 설비 없이도 인간이 만든 합성물질보다 뛰어난 물질이 만들어졌다.



사이언스지 표지에 실린 ‘사이보그 가오리 로봇’

초창기 생체모방 기술 연구는 생물의 구조를 단순히 모사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수 년 사이 생체모방 기술은 세포를 이용해 신체 부위를 만들어 손상된 부위를 대체하는 연구로 발전되고 있다. 바이오 재료에 세포만 주입해도 맞춤형 인체 조직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이 등장한 덕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 오스카 아즈만 교수는 뇌에서 명령하는 대로 움직이는 인공 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당시 그는 “환자의 피부의 센서가 뇌에서 보내는 신호를 잡아낸 뒤, 이를 팔에 이식한 인공 손에 전달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인 과학자 박성진 미국 하버드대 위스생물공학연구소 연구팀은 서강대, 미국 스탠퍼드대와 공동으로 청색광(光) 자극만으로도 근육을 조종할 수 있는 가오리 로봇을 개발했다. 생물의 세포 조직으로 만든 대부분의 바이오 로봇은 전기 동력 없이 구동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를 극복한 최초의 로봇인 것이다. 이로써 생체모방 기술 영역은 또 한번 확대됐다.

박 연구원은 “가오리 로봇은 향후 인공심장과 인공생명체 등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특히 뇌시스템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브레인칩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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