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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영 박사 “아프간에 ‘첨단산업의 쌀’ 리튬·희토류 널렸는데…”
현지 양귀비밭콩밭 바꾼 주역
中, 엄청난 광물자원 독식 채비
한국, 낙오않게 진출 서둘러야



“아프가니스탄에는 리튬과 희토류(稀土類) 등 광물자원이 엄청나게 매장돼 있어요. 현재 중국이 독식하려고 이 나라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죠. 우리도 하루 빨리 진출해야 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국제 비정부기구(NGO) ‘영양과 교육인터내셔널’(NEI)의 대표인 재미동포 권순영(미국 이름 스티브 권·69·사진) 씨는 아프간 현지에서 ‘콩 박사’로 불린다. 그런 그가 콩 이야기 대신 ‘리튬’과 ‘희토류’라는 광물 얘기부터 꺼냈다.


리튬은 노트북, 휴대전화 그리고 전기자동차에 사용하는 2차 전지를 제조하는 핵심 원재료이며, 희토류는 ‘산업계의 비타민’, ‘첨단산업의 쌀’로 불리는 희귀 광물이다.

지난 2003년부터 아프간에 들어가 양귀비밭을 콩밭으로 바꾼 주역인 권 박사가 콩이 아닌 광물자원을 먼저 언급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 정부가 테러 위험과 열악한 치안 상황 등을 이유로 아프간을 ‘여행금지 국가’로 계속 묶어두는 사이 현지에서 진행되는 자원 쟁탈전에서 낙오하고 마는 것 아니냐는 조바심 때문이다.

지난주 58번째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고 서울에 들른 권 박사는 ”현재 아프간에는 한국대사관 관계자 외 한국 국적을 소지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정부는 하루빨리 아프간을 여행금지 국가에서 제외해 자원확보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반 국민에게까지 금지 조치를 풀 수 없다면 최소한 상업용 비자만큼은 내줘서 자원확보와 함께 이 나라가 필요로 하는 산업용 기기를 수출할 수 있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간의 인구는 3천182만 명이며, 이 가운데 농업 인구가 85%를 차지한다. 권 박사가 이 나라에 들어가 콩을 알린 지 13년이 지난 현재 콩을 재배하는 농부는 34개 주 가운데 탈레반 강세지역인 3개 주를 제외한 31개 주 166현, 2만 5천 개 마을에서 8만7천여 명에 이른다. 콩 가공공장도 볶은 콩과 콩가루, 최초의 멸균 두유 공장, 콩기름과 콩고기 공장 등 7개나 된다.

아프간이 콩 재배와 생산, 가공에 눈을 뜬 것은 전적으로 권 박사 덕분이다. 1986년 세계적 식품회사인 네슬레에 입사해 콩으로 만든 영아용 대체 분유를 비롯해 의료식품 개발을 담당했던 그는 2003년 식량난에 허덕이는 아프간의 실상을 접하고 돌아와 자비를 털어 NEI를 설립했다.

주민들은 권 박사가 처음 콩을 소개하고 재배법과 가공 방법을 가르치자 특별한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양귀비 농가들도 밭을 갈아엎고 콩을 심어 나갔다. 권 박사는 2008년 잘나가던 회사를 조기 퇴직하고 미국과 아프간을 오가며 콩 재배와 교육, 가공 공장 설립 등의 사업에 총력을 다했다.

한국 정부는 권 박사의 공로를 기려 2013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여했다. 또 그가 펼치는 아프간 콩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250억 원을 전달했다. 내년 11월 말이면 이 사업은 마무리되고, 연간 6천t의 콩을 생산한다. 권 박사는 197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해 UC 데이비스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식품생화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호진 기자/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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