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정치인생, 10년은 허공 속에서… 2008년 월가 붕괴·용산참사에 정신 번쩍”

“당권·대권 도전보다 ‘뭘 할수있나’가 중요 개성공단 재가동·불평등 틈 메꿀 것”

정동영(4선) 국민의당 의원은 “땅위 30㎝ 허공을 걸으면서 정치를 해왔구나”는 말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까지의 자신의 정치인생을 돌아봤다. 그리고 “20년 정치를 했는데, 10년은 뭔지 모르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 의원을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한 시간 반 동안의 심층인터뷰는 4ㆍ13 총선 당선 후 처음이다. 그는 “뒤통수를 해머로 얻어맞은 충격”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대선패배 후의 정치인생 10년을 담담히 풀어나갔다.

[정동영 심층인터뷰]“허공을 걸으면서 정치를 해왔다...20년 중 10년은 뭔지 모르고 정치를 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

다음은 일문일답.

-국민의당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기치로 내걸었다. 국민의당 대북관은?

▶안철수 대표의 대북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의 강령이다. 정강정책이다. 그러고 안 대표의 생각을 담은 것이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이다. 지난 2월 달에 순창 산골에 있을 때, 안 대표가 방문해서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물어봤다. 안 대표가 온다고해서 책을 보면서 “안 대표가 쓴 게 맞나?”고 했다. 안 대표는 “직접 썼다. 물론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서 내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고 했다. 거기(책)에 보면 개성공단의 확대를 지지하고, 대북 포용 정책을 지지한다고 돼 있다.

-6ㆍ15남북공동선언 16주년이다. 개성공단 돌파구는?

▶남한의 대통령은 한반도를 경영한다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세적으로 남북대화를 제의해야할 시점이다. 핵무기 해결 없이 대화는 없다. 이란 핵문제 어떻게 해결됐나? 협상이다. 봉쇄정책이 성공한 적 없다. 중국을 변화시킨 것은 봉쇄정책이 아니라 닉슨의 대중수교와 미중 정상회담이다. 이 정도(개성공단 폐쇄)의 봉쇄로 북이 붕괴한다고 믿는 근거는 비과학적이다. 평화가 흔들리는데 따른 비용이 크고. 거기에 따른 국가 신용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 사건, 일이 이렇게 확대된 것에 대한 원인은 무엇인가?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어야 된다. 문제가 있었다면 거기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측근 정치의 다른 말이 시스템 정치다. 측근 정치의 요소가 국민의당에 없다고 할 수 없다. 거기서 파생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스템 정당은 현재 없다. 새누리당도 아니고 더불어민주당도 아니다. 국민의당이 가야할 방향은 그런 방향이다.

-당권도전이냐 대권도전이냐?

▶언론은 흥미롭지만 나에게 있어선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아니다. 무엇이 되느냐가 관심사가 아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다. 하나는 개성공단 재가동해 평화 경제를 만들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구조화된 불평등의 틈을 메꾸는 것이다. 두 가지가 내 기본축이다.

지난 대선 때,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내가 해온 생각, 걸어온 길들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얘기의 뿌리다. 대선 끝나고 내가 충격을 받은 두 가지 사건이 있다.

하나는 2008년 9월의 월가의 붕괴다. 2007년 12월이 대선이었다. 9개월 전에 대한민국을 경영해보겠다고 나선 사람인데 한 번도 상상도 못했다. 그 때 뒤통수를 해머로 얻은 맞은 것과 같은 충격과 함께 깨달은 게 있다. 우리가 자유화, 민영화, 규제완화 노동유연화 어쩔 수 없는 깃발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신기루였구나다. 내 선거 공약에도 금융 허브 국가를 만들겠다는 게 있었다.

또 용산 참사 때 거리 미사에 매일 갔는데, 그 때 신부님이 나를 보고 “저 양반 잘했으면 이분들 안 죽었다”고 했다. 또 둔기로 가격 받은 충격을 받았다. 그 동안 땅위 30㎝를 허공을 걸으면서 정치를 해왔구나, 내 책임이구나 했다.

이후 노동위원회를 자원했다. 내가 얘기하고 있는 건 거대한 구조의 문제다. 개인의 역량과 범주를 뛰어넘는 문제다. 국회가 나서야 된다. 정치가 나서야 한다. 거기에 작은 부분이라도 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20년 정치했는데 10년은 뭔지 모르고 했다.

김상수ㆍ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