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수수색 자료 분석 끝나면 본격적인 소환 국면 돌입
- 신동빈 회장 귀국 전까지 속공 모드…“檢 의지ㆍ수사 기간이 성패 가를 것”
- 수사 장기화할 경우 ‘꼬리자르기ㆍ의혹 덮기 수사’ 논란 불가피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현일ㆍ고도예 기자]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2라운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압수물에 대한 자료 분석이 끝나는 대로 그룹 총수 일가의 최측근과 계열사 대표들에 대한 줄소환이 예고된 가운데, 신동빈(61) 롯데그룹이 회장이 귀국하는 이달 말까지 ‘공격’하는 검찰과 ‘수비’하는 롯데 측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검찰 수사는 롯데그룹의 무리한 인수합병(M&A) 과정,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와 석연찮은 내부 자산 거래, 총수 일가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의 원료 수입 과정 등 국ㆍ내외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 영역을 점차 확장해나가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특수4부ㆍ첨단범죄수사1부)은 지난 14일 2차 압수수색 다음날부터 총수 일가의 ‘금고지기’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지목된 이모(57) 전무와 류모(56) 전무, 김모(73) 전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연일 조사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들을 상대로 계열사 자산거래 과정에서 실제 비자금을 만들어 정책본부에 전달했는지, 전달된 자금은 어떻게 관리됐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지난 2008년 개발되지 않은 땅을 167억여원에 계열사인 롯데리조트제주에 판 뒤 2013년 개발이 완료된 롯데리조트제주 전체를 34억원이라는 헐값에 흡수합병한 정황이 드러났고, 롯데쇼핑의 경우 신격호(94) 총괄회장이 스위스에 설립한 ‘로베스트’로부터 롯데물산 주식을 시세보다 2배나 비싸게 사들여 오너 일가에 140억원 가량의 차익을 안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롯데 수사의 성패의 가를 요소로 ‘수사 기간’을 꼽는다. 수사가 장기화하거나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정ㆍ재계로부터 역풍을 맞을 우려도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사 초기에 검찰이 얼마만큼 빠르게 의혹의 실체에 접근하느냐가 관건일 공산이 크다.
대기업 수사 전문으로 잘 알려진 현역 ‘특수통’ 검사는 “대기업 수사가 성공하려면 초반에 하는 기초 수사 과정이 중요하다. 토대가 탄탄하지 않으면 결국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2006년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사건과 지난 2003년 SK그룹의 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등을 성공한 수사 케이스로 꼽는다. 한보 사건의 경우 한 달여 만에 수사가 끝났고, 현대차 비자금 사건의 경우 넉 달을 넘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포스코건설 등 포스코그룹 수사는 8개월 넘게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하명 수사 의혹’ 등 무수한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종천 협성대 교수(법학 박사)는 “롯데는 이전 정부인 이명박정부 때부터 여러가지 혜택과 특혜를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정ㆍ관계에 얼마나 유착이 돼 있었는지 밝혀져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수 있을 것”며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고 사실을 그대로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부분에서 검찰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제2 롯데월드 인ㆍ허가 과정까지 수사가 확대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에 착수할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정황을 입증할 중요 단서가 나올 경우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비자금 수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입증할 수 있어도 로비는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로비 자금의 흐름을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밝혀져도 총수 일가의 그룹 임직원의 횡령ㆍ배임 수준에서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