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번역은 원작 훼손 않아야
흥미로운 것 전하는 작품에 관심
올 10월에 황정은작품 출간 예정
“저의 번역은 원작의 정신에 충실하는 겁니다. 완벽하지는 앖지만 제 능력범위안에서 정확하게 번역하려고 합니다.”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 참가차 내한한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영문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는 15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수상 소감과 번역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번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공동수상을 통해 “번역이 창조적으로 다시 쓰는 작업임을 인정 받은 것”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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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주의자’의 영문번역가 데버러 스미스. |
그러면서 “번역은 겸손한 작업이다. 내가 한국문학이나 번역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은 주관적인 것이고 원작자인 한강은 물론, 그를 알린 출판 에이전시 등이 없었으면 이런 성취가 불가능했다”며 공을 나눴다.
데버러 스미스는 번역에 있어 원작의 ‘정신’을 강조했다. “특정한 전략을 짜서 살려내기보다 문체의 흐름을 타고 잘 번역될 때 그 정신이 잘 살아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부실한 번역은 원작을 훼손하지만 최고의 번역이 허술한 원작을 고전명작처럼 포장할 수는 없다”며,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번역에 오류가 있더라도 읽은 즐거움을 저해하지 않았다는데 만족한다고밝혔다.
그에게 번역은 사랑하는 작품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한 작업.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그런 일환이었다며, 그는 “세계가 치밀한 구조와 강렬한 이미지, 시적 문장에 주목하며 한강을 뛰어난 작가로 인정한게 기쁘다”고 했다. 또 한국의 다른 문학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채식주의자’를 처음 읽었을 때 “이미지가 강렬하고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3명의 각자 다른 화자의 목소리로 흘러가는데 이런 연작 형식은영국소설에는 없어 굉장히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갈 거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한국의 문화적 개념을 전달하는데 대한 어려움도 드러냈다.
“ 한국 문화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소주와 만화, 선생님을 그대로 썼는데 주위에서 코리안 보드카, 코리안 망가를 제안했다. 그러나 문화적 개념이 다른데서 파생된 것으로 쓰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어색해도 번역하는 책이 많을 수록 문화친밀도가 커질 것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서는 형, 언니를 그대로 썼다. 그래야 스시, 요가 처럼 그 나라의 일상적 표현을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한국어의 빠른 습득에 대한 주위의 평가에 “좋은 작품을 읽고 싶다는 목표와 동기부여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얼마 전 영국에서 아시아·아프리카 문학에 특화한 비영리 목적의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Tilted Axis)를 설립한 데버러 스미스는 올해 10월 황정은의 작품을, 내년엔 한유주의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