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저렴하지만 유행에 민감한 SPA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서도 여전히 명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다양한 명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려는 이들로 해외 직구는 물론 중고ㆍ스크레치 명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다.

10일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서 열린 ‘지방세 체납자 압류 동산 공매’ 현장은 2000여명의 인파로 북적였다. 공매에 나온 구찌ㆍ루이뷔통ㆍ버버리 등 명품 가방, 시계, 액세서리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려는 이들이 개장 전부터 길게 줄을 섰다. 이날 처음 공매에 참여했다는 한모(55) 씨는 “TV를 보다가 중고 명품을 시중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말에 서울에서 일산까지 왔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100여만원대의 구찌 가방이 40만원 가량에 나오는 등 낮은 경매가의 제품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명품 인기 시들? 저렴한 명품 찾아 삼만리는 여전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구매할 수 있다면 중고라도 마다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실제로 적지 않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명품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명품을 중고품으로 구입하거나 대여서비스를 통해 이용해볼 생각을 가진 이들이 10명 중 2~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중고명품을 구매해 볼 의향이 있다는 의견은 10명 중 3명(29.7%), 대여서비스로 명품을 이용해볼 의향이 있다는 의견은 10명 중 2명(21.5%)이었다.

꾸준한 수요를 방증하듯 1인당 명품 해외 직구 구매액도 떨어질줄 모르고 있다. 온라인 캐시백 사이트 이베이츠에 따르면 올 1분기 이베이츠 이용자들의 명품 해외직구 객단가(고객 1인당 매출)가 전년 동기대비 50.7% 상승해 최초로 400달러를 넘어선 것. 특히 ‘파페치(Farfetch)’, ‘육스(YOOX)’ 등이 객단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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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도 소비자들의 욕구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존 노세일을 고수하던 샤넬 등의 명품들이 이달부터 할인행사에 들어갔는가 하면, 롯데백화점도 지난 3월 포항점에서 스크래치ㆍ전시 상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했다. 재고 물량을 줄이려는 업계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명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중고 명품을 구입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저렴한 가격에 현혹돼 가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명품 전문가에게 감정 또는 상담을 받은 후 중고 명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가급적 검증된 곳에서 구입하는 것이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