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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인에게서 태어난 ‘백인’… 말라위에서 ‘사냥’당하는 이유는?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백색증(albinism)’을 갖고 태어난 이들(알비노)이 사람들의 미신 때문에 치료나 주술 목적으로 ‘사냥’당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색증은 멜라닌 합성의 결핍으로 눈, 피부, 털 등에 색소 감소를 나타내는 선천성 유전질환으로 주로 말라위, 탄자니아, 모잠비크 등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빈발한다. 말라위에서는 알비노 여성과 성관계를 맺으면 에이즈 등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알비노의 뼈에는 금이 들어 있으며, 알비노의 일부 신체 부위를 가지고 있으면 부와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 미신이 있다. 이에 알비노 사냥이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11월 이후 최소 18명이 알비노라는 이유로 살해당했으며, 올해 4월에만 4명이 살해당했고 5명은 유괴된 후 여전히 실종 상태다. UN도 2014년 말 이후 살해, 강간 등을 포함한 최소 65건의 폭력이 알비노에게 일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실태 파악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말라위에는 7000~1만여 명의 알비노가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소위 ‘알비노 사냥꾼’의 포획을 피하기 위해 매일매일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말라위에 사는 아그네스 조나단은 백색증이 있는 어린 딸이 납치당할 뻔 했는데, 납치범은 친척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17살 소년 데이비스는 축구 경기를 보려고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후 살해됐는데, 범인들이 신체 부위를 잔혹하게 토막낸 것으로 알려졌다.

알비노의 신체 부위는 주술사나 치료사 등에게 몰래 팔려 부적이나 마법 약물을 만드는데 이용되는데, 국제적십자위원회에 따르면 알비노의 뼈 ‘풀 세트’는 7만5000 달러에 팔린다고 한다.

그 역시 알비노이자 유엔 활동가인 이코폰워사 에로는 “그들은 무덤까지 파헤쳐져 유골이 도난당하기 때문에 죽어서까지 평화롭게 잠들 수 없다”며 “이는 가난과 주술 신앙과 영리 활동의 결합”이라고 말했다.

앰네스티는 말라위 정부는 국민들에게 알비노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교육하는 데 실패하고 있으며, 말라위 경찰은 알비노를 보호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말라위 경찰은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라위 경찰은 ‘알비노 사냥꾼’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총을 발포할 것을 허락한 바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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