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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가 낳은 불신시대 ①] “국내 예보 못믿겠다…美사이트서 매일 농도 체크해요”
-국내기관 예측안내 불신…글로벌사이트로 가서 매일매일 확인

-한반도 상공 미세먼지, 같은 시각 美 지수가 韓 지수의 2.6배

-시민들 스스로 방진마스크 착용, 공기청정기 구매 등 자구책 마련

-정부의 ‘클린디젤’ 정책 번복, 오락가락 정책에 국민 불신 가중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보이지 않는 적’인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정부 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직접 챙기겠다고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8일 서울 마포구에 살고 있는 송모(37ㆍ여) 씨는 요즘들어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제공하는 세계 대기질 지수를 토대로 만든 ‘실시간 대기질 지수 지도’ 사이트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접속해본 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뜬 미세먼지 농도보다 몇 배나 차이나는 수치를 보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6시에도 한국환경공단에서 예보한 마포지역 미세먼지는 33㎍/㎥였지만 실시간 대기질 지수 지도상에는 2.6배에 이르는 87㎍/㎥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을 연일 뒤덮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느슨한 환경 기준과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대처 때문에 국민 불신은 커져가고 있다. 한강변을 한시민이 마스크를 쓴채 산책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국내 기관의 정보와 해외 사이트의 정보가 다른 것은 이곳 뿐만이 아니다. 이날 한국환경공단이 예측한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보통(31~80㎍/㎥)’으로 예보됐지만 일본 기상협회에서는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량을 ‘극도로 많음’ 또는 ‘매우 많음’으로 예측했다. 많은 사람들은 국내 대기환경 기준(일평균 50㎍/㎥)보다 일본 기준(35㎍/㎥)이 더 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 같은 차이 때문에 해외 사이트에 더 신뢰가 간다는 반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발표하는 미세먼지 수치가 ‘좋음’이나 ‘보통’을 가리키더라도 가족들의 출ㆍ퇴근길이나 등ㆍ하교시에 방진마스크를 무조건 착용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박모(30) 씨는 “지난 5월부터 매일같이 온 가족이 출ㆍ퇴근 시간에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며 “며칠동안 사용하면 효과가 없어 자주 갈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께서 방진마스크를 한꺼번에 3박스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미세먼지 포비아(phobiaㆍ공포증)는 가족 밥상에서 고등어와 삼겹살까지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굽는 과정에서 미세먼지를 다량 발생시킨다는 환경부의 발표를 가볍게 듣고 지나칠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4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정모(34ㆍ여) 씨는 “주변에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공기청정기를 들이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며 “매일 발표되는 미세먼지 수치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드는데다 정부가 내놓은 특별대책도 미덥지 않다보니 스스로 가족 건강을 지키겠다는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는 집단행동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설된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수는 열흘만에 5900명에 육박하는 회원수를 기록했다. 이 카페는 이달 중순 즈음에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기 위해 후원금 모금, 포스터 제작 등 준비작업 중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스스로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지난 2009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경유차를 친환경차에 포함시켜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등 혜택을 줬다. 덕분에 정부의 방침과 이에 따른 혜택만을 믿고 경유차를 구매한 소비자가 많았지만 최근 벌어진 미세먼지 논란에서는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으며 경유가 인상, 각종 혜택 취소 등을 논의하며 스스로 제시한 정책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안에서 경유가 인상은 유보됐지만 한번 생긴 불신의 골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경유차를 구매한 이모(56ㆍ여) 씨는 “정부의 정책을 믿은 내 자신이 죄인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종합대책에서 경유가 인상은 유보됐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만큼 향후 다른 명목으로 경유차에 대한 부담금을 높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민사회에선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책적 과오를 인정하는 솔직한 자세와 함께 미세먼지 기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하는게 급선무라는 조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국민들이 정부에 불만을 느낀 것은 책임을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당장의 해결책이 없으니 스스로 조심하라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며 “수도권 화력발전소 추가 건립 등 지금껏 실패한 정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나 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한 차량 5부제 등의 대책을 공론화하는 등 보다 솔직한 태도를 취해야 불신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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