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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발됐지만 이제 ‘시작’일 뿐…스위스 기본소득 공방, 부결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부결됐지만 스위스의 국민소득 지급안 국민투표 자체가 시사하는 바와 그 파장은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투표로 기본소득 지급은 실제 도입 가능한 주요 소득 보장 대안으로 떠올랐다. 아직 지배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것 뿐이기 때문에 ‘실패’ 보다는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지지자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기본소득 지급안 검토, 전 세계로 확산 가능성=스위스의 국민투표는 다른 나라 또한 기본소득 지급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부결은 됐지만 기본소득 지급안이 ‘실질적인’ 소득 보장 대안으로 고려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지급안을 하나의 구상으로만 남겨 뒀거나, 시험해 보고 있는 국가들에서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영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다. 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노동당은 스위스식 기본소득 보장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문은 노동당 예비 내각 재무 담당인 존 맥도널 의원이 하원에서 열리는 좌파시민단체 콤파스의 보편적 기본소득에 관한 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한다며 그가 “이 구상은 노동당이 앞으로 몇 년에 걸쳐 면밀히 검토할 구상”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유사한 정책을 검토 중이거나 시험 프로그램을 도입한 국가들에서도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여러 국가나 도시들이 비슷한 개념을 도입 고려 중이거나 시험 프로그램을 시작한 상태다. 핀란드는 무작위로 뽑은 표본집단 1만 명에게 월 550유로(약 73만원)를 지급하는 2년 기간의 실험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공식적인 정책으로 채택할 계획이다. 네덜란드에서도 중부 대도시 위트레흐트 등을 중심으로 시 차원에서 비슷한 시범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경선 과정에서 ‘소득 보장’ 아이디어가 힘을 얻고 있다.

통과되진 못했지만 스위스의 기본소득 지급안 투표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투표안을 발의한 모임의 공동 대표 다니엘 하니 역시 투표 전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이번 투표는 중간 과정”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인공지능(AI) 등 로봇 출현에 따른 대량 실업 시대, 대안으로 떠올라=일하지 않아도 돈을 받는 정책이 진지하게 검토되는 한 가지 이유는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등 로봇의 출현에 따라 빠르게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대량 실업 사태가 나타날 수 있는 우려가 강하게 일고 있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2020년까지 AI를 포함한 로봇의 노동 현장 투입으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스위스에서 기본 소득 찬성 진영 또한 이 점에 초점을 맞춰 로봇 모양의 상자를 뒤집어 쓰고 거리 캠페인을 벌이며 ‘일자리 없는 미래사회’의 모습을 경고, 기본소득 지급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영국 시민단체 콤파스가 보편적 기본소득에 관해 분석한 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UBI 도입의 핵심 논거는 인공지능(AI) 등이 주도하는 신기술혁명 시대에서 노동의 본질과 직업의 형태 등의 변형을 겪을 세계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UBI는 제4차 혁명에 의해 불어닥칠 거대한 변화로부터 모든 시민을 보호하고, 또한 이 혁명이 가져올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석학ㆍ유명인들도 지지…지지자 늘어날 수 있다=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기본소득 개념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기본소득 지급안에 대한 지지자가 늘어날 수 있는 이유다. 쿼츠에 따르면 기본소득 개념은 앵거스 디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즈, 집카 창업자 로빈 체이스 등을 비롯해 다수의 유명인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의 지지로 기본소득 찬성자들이 단순히 ‘일하기 싫어서’ 기본소득 구상 도입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고 치부하기는 어렵게 됐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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