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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최장주간지 ‘더네이션’ “한국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를 위축시켜”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의 최장수 진보평론지 ‘더 네이션’(The Nation)이 한국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기사를 2일(현지시간) 게재했다. 더 네이션은 지난해 “박근혜가 독재자인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가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 측이 당시 더 네이션 측에 항의를 했다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반박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더 네이션은 “한국 정부가 점진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갉아먹고 있다”(The South Korean Government is steadily eroding democratic freedom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통치로 경찰폭력(police violence)과 면책권이 만연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 네이션은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의식을 잃어 중태에 빠진 백남기(70) 씨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기사를 작성한 팀 셔록 기자는 “백 씨의 이야기는 최근떠오른 한국 정부의 독재주의적인 통치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며 “백 씨는 아버지 박 대통령의 군사 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인 당대 인물들을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셔록 기자는 백 씨를 정부 폭력의 “정치적 피해자”라고 시사했다. 

한국 정부가 경찰폭력을 허용하는 분위기를 조장했다는 주장의 기사를 게재한 미국 최장 진보주간지 ‘더 네이션’ [사진=더 네이션 홈페이지]

지난 2일 백 씨가 의식을 잏은 지 202일이 되면서 이를 위무하기 위해 시민 150 여명(경찰 추산ㆍ집회 측 추산 300명)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건너편 마로니에 공원에 모였다. 서울대병원은 백 씨가 입원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행사를 주최한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 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 등은 이날 오후 7시에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200일 규탄 문화제’를 열었다. 셔록 기자는 백 씨의 큰딸인 백 도라지(33) 씨를 취재하며 “사람들은 경찰폭력과 그러한 폭력에도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고 경찰에게 면책권을 부여하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한국 정부의 행보에 화가 난 상태다”고 주장했다. 셔록 기자는 백 씨의 큰딸 백도라지(33) 씨를 취재하며 “정부는 백 씨 가족에게 사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도 전했다. 이어 “백 씨는 200일이 지나도록 병원에 누워있지만 (그를 향해 물대포를 쏘는) 살인적인(murderous) 행위를 한 사람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네이션은 지난해 12월 “한국,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탄압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박근혜 정권을 강하게 비판해 한국 정부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뉴욕주재 한국총영사관 측은 더 네이션에 이메일과 전화로 박 대통령 비판기사에 대해 항의하고 ‘논의’하자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영사관의 항의에 대해 “통상적인 대(對) 언론활동”이라고 해명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더 네이션지 기사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보다 소상히 설명함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그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한편, 더 네이션 지는 1865년 창간돼 150년동안 노예제 폐지에서부터 자유 개혁주의 등을 다룬 미국의 대표 진보성향의 주간지로 꼽힌다. 더 네이션은 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미국의 참전을 반대해 애국심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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