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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조우호 덕성여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와 300인의 소통령(小統領)
지난 30일부터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됐다. 20대 국회가 시작된 것이다. 형식적으로 국회법에 따른 국회의장단ㆍ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院) 구성의 절차가 남았고, 그에 맞춘 국회 개원이 법적 규정에 따라 제때 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 이미 20대 국회는 존재하는 셈이다.

지금까지 우리 국회는 응석받이 아이였다. 국회가 민의를 대변하고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국회를 걱정해야 하는 기이한 현상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런 풍경이 없어지길 바란다. 

하지만 출발부터 파열음이 들린다. 이른바 상시청문회법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야당은 국정 협치의 기조는 사라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야당이 크게 손해 본 것은 없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상임위의 협의를 통해 어렵지 않게 법안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청와대와 야당의 반목은 청와대의 소통 부족뿐만 아니라 비소통적 국회 문화에도 그 원인이 있다.

국회가 비소통적이 된 것은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실상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유일한 특권 집단은 국회의원이다. 우리의 의원들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대한민국 유일의 특권층에 편입된다.

여태 특권층의 몸은 한없이 무거웠다. 검은 색 고급 승용차에 몸을 싣고 나타나 기사들이 열어주는 차 문을 뒤로 하고, 그 흔한 서류 가방도 들지 않은 채 의원 전용출입문을 통해 국회로 들어간다.

그들이 들어선 국회 본회의장은 밀실에 가깝다. 좁고 불편하게 만들어진 방청석은 생색용인 것처럼 보인다. 독일 베를린의 연방의회 건물의 상층부가 유리로 투명하게 만들어져 국민들이 그 위로 가서 구경할 수 있는, 글자 그대로 의회 위에서 의원들을 감시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의 국회 본회의장은 문이 닫히면 알 수가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는 곳이다.

국회의원 사무실은 대기업과 관료의 최고위직 집무실과 흡사하게 꾸며졌다. 적지 않은 비서와 비서관을 거느리고 그들이 준비한 자료와 보고서를 갖고 상임위나 본회의장에서 호통치면 된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장관과 부총리 후보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악수를 하면 심드렁한 표정의 의원이 악수를 받아주는 모습이 익숙하다. 의원들은 국회를 벗어나면 항상 귀빈으로 대우받고 ‘귀빈 전용’을 이용한다. 서민들이 평생 한 번도 이용할 수 없는 시설을 일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이 시대착오적으로 잘못 쓰고 있는 대통령 관련 표현에 킹메이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원용한다면 의원도 작은 왕이자 소통령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상시청문회법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심리적 기저에는 여태까지 300인의 소통령과 1대 300의 버거운 대결을 한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 아닐까. 적어도 내 눈에 국회의원은 어쩌면 대통령보다 더 좋은 자리다. 대통령의 특권이 5년이라면 의원은 다선도 많아 작은 대통령으로 계속 특권을 누릴 수 있으니.

우리 국회의원님들도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등원하고, 민원인과 똑같은 문을 이용하며 소박한 사무실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다 비좁은 소파에서 쪽잠을 자는 풍경이 당연하게 보일 날이 오기를 바란다면 과도한 희망일까. 20대 국회는 적어도 의원님들이 특권층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는 국회가 되기를. 그리고 최소한 자신들의 특권을 하나만이라도 없애는 국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렇다면 비로소 국회의 생산적 협치 문화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각 당의 대권 주자들에게 확실한 대권 주자로 국민에게 각인되는 비방(秘方)을 알려주고 싶다. 과감히 특권을 버리는 행보를 보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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