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상견례를 가진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단협은 시작부터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양측 교섭대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협 상견례를 갖고 임금협상에 돌입했다.
노조는 앞서 올해 기본급 7.2%인 임금 15만205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의 요구안을 회사측에 제시했다. 기본급 7.2% 인상안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정한 것이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악화된 경영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이뿐만이 아니다. 회사의 고유권한인 인사권까지 개입하겠다는 요구안도 포함됐다.
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8000여명에 달하는 일반ㆍ연구직 조합원의 ‘승진 거부권’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원이 희망하지 않으면 대리에서 과장으로 올라가는 승진 인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노조가 갖겠다는 것이다.
승진하지 않으면 강성 노조의 울타리에서 조합원 자격과 확실한 고용을 유지할 수 있고, 노조는 조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지난해 임단협에서 매듭짓지 못한 임금피크제 도입도 뜨거운 감자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확대 방안을 합의하고 시행하키로 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정년 연장없이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을 통해 임금 기본급 8만5000원 인상, 성과급 300%+200만원 지급, 고급차 론칭 격려금 50%+100만원, 품질 격려금 50%+100만원, 주식 20주, 재래시장 상품권도 1인당 20만원 지급 등을 가져갔다.
노조측의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는 비단 현대차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10일 임단협에 들어간 현대중공업 노조의 요구안은 선박건조 도크를 멈추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한 회사라고는 보기 힘들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기본급 9만6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과 함께 직무환경 수당 상향, 성과급 지급,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담았다. 지난해 임단협에서 기본급을 동결하며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노조는 또 사외이사 추천권, 이사회 의결 사항 노조 통보,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전년도 정년퇴직자를 포함한 퇴사자 수와 동일한 신규직원 채용 등을 요구했다. 회사의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요구안을 쏟아낸 것이다. 이 밖에 연 1회 이상 노조가 요구한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요구안도 무리한 주장이라는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 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 노조의 무리한 요구들이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회사가 있어야 노동자도 있다는 공감대 속에 고통분담을 위한 합리적인 요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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