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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문닫는 석탄공사, 좀비 공기업 처리의 모범사례 되길
정부가 결국 대한석탄공사의 문을 닫기로 했다. 내년부터 석탄공사 산하 3개 탄광을 순차적으로 폐광하고 종국엔 간판도 내리겠다는 결정이다. 수십년째 적자만 쌓아가는 석탄공사의 폐쇄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오던 어려운 일이었다. 1950년에 설립된 대한석탄공사는 1990년대 이후 연탄 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재무 구조가 악화일로로 접어들었다. 1989년 전국에 347개에 이르던 탄광은 대부분 폐광되고 석탄공사 산하 3곳, 민간 2곳 등 5곳밖에 남지 않았다. 1988년 2430만t에 달하던 석탄 생산량도 작년에는 170만t으로 줄어들었다. 더 중요한 건 생산성이다. 석탄공사가 운영하는 탄광의 무연탄 생산비는 수입가의 2배 이상인 반면, 생산성은 민영탄광의 60%에 불과하다. 그 생산성 격차를 매년 돈으로 메꿔왔으니 작년 말 기준으로 부채만 1조5989억원에 달한다. 존속될 이유가 없는 기관이었다.

그런데도 석탄공사가 오늘날까지 존속한 이유는 지역기반 공기업의 전형적인 생존방식 때문이다. 임기만 채우는데 급급한 낙하산 CEO와 종신제가 부럽지않은 장기집권 귀족 노조가 결탁한 고질적 노사합작비리의 모델이었다. 여기에 지역 국회의원들의 비호가 더해졌으니 제대로 굴러가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동안 석탄공사는 공기업 비리의 백화점이었다. 몇년전까지도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의 단골 메뉴는 석탄공사 비리였다. 임금 인상률은 낮게 하고 대신 보건관리비 등 각종 편법으로 직원들에게 돈을 퍼주다가 지적되기 일쑤였고, 정년퇴직자와 산재 사망자에게 1억원 가까운 공로금을 주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직원들은 법인카드로 현금할인을 해 회식비와 경조사비로 썼다. 팀장이 수천억원을 사장 모르게 대여해주는 일도 벌어지는 곳이다. 한 두 해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십수년간 계속됐다. 물론 뭔가 해보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북한과 무연탄 탄광 공동개발 및 반입 계획이 진행됐다.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공동출자 형태로 탄광을 개발하는 일도 시도했다. 카이스트에 채굴 로봇 개발을 의뢰한 적도 있다. 하지만 비리의 온상에선 비리만 키워졌다. 좋은 시도라도 좋은 결과물이 나오질 않았다.

석탄공사의 사례는 수익성 떨어지는 공기업이 첫번째 폐업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공기업도 경제적인 잣대로 효율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강도 높게 추진될 것이라는 예고편이다. 에너지 공기업뿐 아닌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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