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ㆍ김현일 기자]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초래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주요 외국인 임원에 대해 조만간 소환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신현우(68) 옥시 전 대표와 함께 살균제 사망 사건의 책임이 있다. 특히 옥시 영국 본사의 역할을 규명할 ‘키맨’이기도 하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지만 이들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라서 영국 본사 관련자에 대한 조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외국인 임원 소환 조율?=8일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르면 이번주 문제의 살균제가 한창 판매된 2000년대 중·후반 옥시 경영을 책임진 주요 외국인 임원의 소환 일정 조율에 들어간다.

[가습기 살균제 수사] 檢, 옥시 영국 본사 임원 조사 가능할까-copy(o)1

검찰은 당시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한 외국인 임원 7∼8명을 우선 소환 대상자로 분류했다.

검찰은 특히 미국 국적의 존 리(48) 전 대표와 인도 출신의 거라브 제인(47) 전대표의 역할에 주목했다. 한국계인 존 리 전 대표는 신 전 대표에 이어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5년간 옥시 최고경영자로 재직했다. 이 시기는 살균제 판매고가 가장 높았던 때다.

거라브 제인 전 대표는 존 리 대표에 이어 2010년 5월부터 2년간 경영을 책임졌다. 그는 증거은폐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옥시가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법인 성격을 바꾸고 서울대 등에 의뢰한 보고서 중 불리한 것을 은폐·조작하는 등 책임 회피로 의심되는 시도가 이뤄진 시점도 그가 대표로 있던 때다.

업계에선 외국인투자회사 특성상 CEO의 지시나 승인 없이 실무진이 독단적으로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습기 살균제 수사] 檢, 옥시 영국 본사 임원 조사 가능할까-copy(o)1

영국 본사 임원 소환도 이뤄질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은 옥시 영국 본사 CEO인 라케쉬 카푸어 등 경영진 8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일단 검찰은 본사에 책임을 지울 만한 결정적 단서나 증거는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본사의 증거은폐 지시 등 가담 정황이 확인되면 본사 임원들도 수사선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옛 동양제철화학(OCI)의 계열사였던 옥시가 영국계 기업 레킷벤키저에 인수된 시점은 2001년 3월. 옥시가 문제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이 든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을 개발해 판매한 시점은 그보다 앞서 2000년 10월로 검찰은 보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영국 본사에 제조ㆍ개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한 후에도 유해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계속 판매하고 논란이 불거진 2011년 이후 증거를 인멸한 행위에 대해선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존리 전 대표 등이 영국 본사와 한국법인을 잇는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본사가 유해성을 알고도 판매를 강행했는지, 제품 유해성·증거 은폐에 관여했는지 등도 결국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사가 개시되더라도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 거주하는 본사 임원들을 우리 검찰이 어떻게 조사할지가 최대 난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형사사법 공조조약에 따라 영국에 공조요청을 보내 영국 당국이 수사하는 형식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옥시 본사가 영국 정부에 관련 자료와 진술을 제출하면 이를 우리 검찰이 넘겨받을 수 있다.

영국 본사 임원들을 직접 국내로 소환해 조사하는 방법도 있다.

이 관계자는 “일단 한국에 있는 법인을 통해 본사 임원들에 대한 소환을 통보할 수 있으나 이마저도 안되면 기소 여부에 상관없이 영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례에 비췄을 때 실제 본사 임원들이 우리 검찰에 출석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