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색(色)은 지갑을 여는 힘도 있다. 트렌드가 뚜렷한 유통가에서는 계절마다 유행색이 있다. 유행색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몸과 얼굴을 치장하기도 한다. 유행색의 물결에 휩쓸리다 보면 어느새 소비자들의 지갑도 열리기 마련이다. 유통가는 보통 색채 전문 기업 팬톤에서 선정한 ‘올해의 색’을 많이 참조한다. 팬톤이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색’은 로즈쿼츠와 세레니티다. 둘 다 도대체 무슨 색인지 이름만 들어서는 감이 안 잡히는데, 쉽게 말하면 파스텔톤의 분홍색과 하늘색이다. 상큼한 봄기운과 특히 어울리는 색이어서 올해 두 색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마자, 유통가에서도 관련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인기를 끌고 있다. 로즈쿼츠는 블라우스, 스커트, 트렌치코트, 가방 등 여성 의류나 잡화에 특히 많이 도입됐다. 봄이면 백화점 쇼윈도에 필수로 들어가던 색이 ‘올해의 색’ 선정을 계기로 더욱 날고 있는 모양새다. 세레니티 역시 여성 의류나 쿠션 등 인테리어 소품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로즈쿼츠와 세레니티는 패션 분야를 벗어나 식기류, 소형 주방 가전, 홈데코 용품 등 리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팬톤과 손잡고 색조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는 LG생활건강은 올해 로즈쿼츠 등을 적용한 ‘VDL+팬톤 콜렉션’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하자마자 3일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지난 18일에는 ‘VDL+팬톤 콜렉션 시즌 2’가 나왔다. 팬톤 에디션 제품은 지난해에도 1주일만에 초도 물량이 다 팔렸었는데 올해는 그 인기가 더욱 뜨거워, 판매 실적이 지난해보다 118% 신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고객들에게 ‘힐링’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자체적으로 세 가지 테마색을 선정, 테마색을 띤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롯데가 주목했던 색은 써니레드와 오션블루, 로즈핑크였다. 롯데가 강조한 써니레드는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자유로움과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는 붉은 색이었다. 로즈핑크는 팬톤의 로즈쿼츠와 비슷한 톤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오션블루는 팬톤의 세레니티를 연상케 하는 색이었다. 오션블루는 기분전환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색이라는게 롯데의 설명이었다. 롯데는 써니레드와 오션블루, 로즈핑크 등 자체적으로 선정한 테마색을 담은 제품들을 매장 곳곳에 모아놓고 고객들의 시선을 끌곤 했다. 실제로 고객들도 롯데가 제시한 테마색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는데, 특히 써니레드와 로즈핑크가 매장에서 가장 인기였다. 당시 3월임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다소 쌀쌀했는데, 화사한 색의 제품들로 을씨년스런 초봄의 기분을 밝게 가꾸려는 고객들이 많았다는게 매장의 전언이다. 도현정 기자/kate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