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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억원짜리 ‘시신 냉동보관’…부활의 꿈 vs 탈 수 없는 탑승권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에프엠 에파디어라는 과학자는 자기가 100살이 되는 2030년 냉동 보존술이 성공할 것이라 믿었다. 자신의 이름도 그래서 ‘FM 2030’으로 바꿨다. 하지만 그는 200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죽은 게 아니다. 그의 시신은 여전히 냉동 캡슐 속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볼 법한 ‘냉동인간’이 부활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과 한 데 버무려져 새로운 사업이 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26일(현지시간) 인터넷판 기사에서 사후(死後) 인체 냉동 보존을 거쳐 생명 연장을 희구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상대로 한 사업을 다뤘다.

1972년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에 세워진 비영리 앨코 생명 연장 재단. 흔히 앨코로 알려진 이 곳은 법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이들의 시신을 액체 질소를 활용해 냉동 보존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 죽은 이들의 생명을 복원할 수 있다는 바람에서다.

맥스 모어 앨코 CEO가 147명의 시신이 냉동보관 된 냉동캡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CNBC 캡쳐]

CNBC에 따르면 현재 죽은 이의 시신 또는 뇌 147개가 냉동 보존돼 있다. 올해 1월 현재 앨코 회원은 1060명, 준회원은 201명이다.

1980년 약 10명이던 앨코 회원은 36년 사이 100배가 늘었다. 억만장자 투자가 피터 틸과 미래학자이자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의 엔지니어링을 이끄는 게이 커즈와일 등이 앨코의 회원이다.

맥스 모어 앨코 최고경영자(CEO)는 “반세기 전엔 누군가의 숨이 끊기고, 심장박동이 멈춘다면 사망했다고 결론지었다”면서 “우리는 누군가가 죽었다면 ‘구조’(rescue)가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들이 말하는 구조란 의사가 사망 선고를 내린 시점부터 시작된다. 앨코는 사체가 굳어지기 전 얼음 욕조를 준비하고 16가지 약물 처리, 동결방지처리 등을 통해 곧바로 냉동 보존에 들어간다. 다음 생을 위한 구조 작업이 35분 이내에 이뤄져야 하는 게 냉동 보존의 핵심이다.

신속한 냉동 보존을 위해 앨코는 영국, 캐나다, 독일 등에 관련 시설을 구축하고 인원을 배치했다. 본부가 있는 스코츠데일에서 합법적인 죽음을 택하는 회원에겐 1만 달러의 인센티브도 준다.

냉동 보존을 거친 생명 재생 사업으로 앨코가 받는 돈은 시신 1구당 최소 20만 달러(약 2억2990만원). 미국민 대부분이 평생 생명 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이 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게 모어 CEO의 생각이다.

앨코 회원은 사망 시 생명 보험의 수혜자를 앨코로 지정하는 식으로 시신 보존 비용을 충당한다.

회원은 의료진이나 병원이 응급 상황 때 이를 앨코에 알려주는 팔찌를 차고, 앨코는 회원이 거의 사망에 이를 무렵 직원을 파견해 ‘구조’를 준비한다.

법적인 걸림돌을 떠나 과연 인체 생명 보존을 통한 생명 연장 또는 회생이 가능하냐는 논란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미래학자인 뉴욕시립대학의 이론물리학과 교수 가쿠 미치오는 “사람들이 과학에 관한 질문을 할 때 검증ㆍ재생ㆍ복제 가능한 결과를 답해야 하지만, 인체 냉동 보존술은 이런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확실한 증거가 없기에 냉동 배아 체외수정 성공 등이 곧 생명 회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인체 냉동 보존술 옹호론자들의 관점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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