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애플이 올 1분기(회계연도 기준 2분기)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는 ‘텃밭’ 중국 시장에서 부진했던 탓이 크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BC 등 외신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화권에서의 매출 감소가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과 대만, 홍콩 등에서 애플은 124억9000만달러(약 14조35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줄어든 수치다. 불과 1년 전 사상 최대 실적을 안겨다 준 중국 시장이 이번에는 발목을 잡은 것이다.

지난 2014년 애플은 대화면을 탑재한 아이폰6 모델을 출시하면서 중국 특수(特需)를 누렸다. 그러던 것이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위안화 평가 절하 조치의 영향으로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됐다. 중국 부품업체들과 위안화로 계약을 체결한 업체들은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게 된 반면, 애플과 같은 업체들은 평가 절하된 위안화로 기존 가격 그대로 판매할 경우 수익 저하가 불가피해졌다. 결과적으로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경쟁력은 크게 올라갔지만, 중국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애플은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충격의 애플] 한때 ‘아이폰 텃밭’ 中 시장마저 외면한 애플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6 출시 이후 중국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후속 모델인 아이폰6S 시리즈가 중국 등에서 고전하면서, 애플은 지난 1분기 생산량을 당초 목표보다 30% 줄이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 월드패널(Kantar Worldpanel)의 올해 2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폰 점유율은 22.2%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포인트 줄었다. 중국에서 아이폰 점유율이 감소한 것은 아이폰6 출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반면 화웨이, 오포, 비보 등 토종 업체들은 현지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수년 간 애플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혁신’의 이미지가 예전만 못한 것도 실적 붕괴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억만장자 자웨팅(賈躍亭) 러스왕 회장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중국 매출 둔화의 가장 큰 이유로 “혁신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최신작 아이폰 SE의 실적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또한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을 견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SE 출시 3주 기준으로 중국에서의 판매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여기에 중국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최근 아이튠즈 무비와 아이북스 등의 현지 서비스를 차단하면서, 아이폰 수익 의존도를 줄일 우회로도 막혔다. 중국 정부가 두 서비스를 차단한 것은 중국인들이 접하는 콘텐츠를 제한하는 한편, 자국 ICT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