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도시바ㆍ미쯔비시…이익 지상주의, 무리한 목표에 멍든 日 기업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사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부정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나카오 류코(中尾龍吾)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부사장이 62만5000대의 연비를 조작한 사건에 대해 한 말이다. 나카오 부사장은 또 “왜 부정이 이뤄졌는지는 모른다”면서도 “잘 보이려고 의도적으로 조작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무리한 사내 목표, 그리고 부과한 목표 실적은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이 연비 조작의 부정을 낳았다는 것이다.

무리한 사내 목표, 이익 지상주의에 일본 기업이 멍들고 있다. 도시바의 대규모 회계 부정 사건이 일본 열도를 뒤흔든지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미쓰시비자동차의 연비조작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본 기업들의 도덕성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아이카와 데츠로(相川哲郞) 미쓰비시자동차 사장은 지난 20일 도쿄 국토교통성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국토교통성에 제출한 연비 테스트 데이터에서 연비를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한 부정한 조작이 있었다”고 밝혔다. 타이어의 저항과 공기 저항의 수치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방식으로 연비를 5~10% 가량 좋게 조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파문과 비슷하다. 


[사진=지지(時事)통신]

미쓰비시의 연비조작 동기는 지난해 대규모 회계 스캔들을 일으킨 도시바와 무관하지 않다. 도시바는 과거 5년간 1700억엔(약 1조5732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과대계상했다. 기업의 이익 지상주의 때문이었다. 지난해 도시바의 회계부정을 조사했던 제3자위원회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사사키 노리오 당시 도시바 사장은 2011년 초 경영회의에서 사회인프라담당 임원에게 “당신 뭐 했어? 목표는 고사하고 작년만큼도 안 된다고?” 호통쳤다.

그는 또 “머리를 쓰란 말이야. 결산 때까지 무조건 채워놓으세요”라고 말했다. 사회인프라담당 임원은 “회계조작을 해서라도 맞추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털어놨다. 회계부정의 배경이 고착화된 이익 지상주의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바와 미쓰비시 스캔들은 일본 기업에 대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연마다 발생한 일본 대기업의 부정스캔들로 일본 기업에 대한 해외 기업의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미쓰비시의 연비조작 사건도 닛산이 사실을 발견해 통보하면서 드러났다. 닛산에 정보를 전달받은 미쓰비시 경영진은 사내조사를 통해 배기가스 조작 여부를 시인했다. 미쓰비시는 2000년 고객 클레임 1만건을 숨긴 사실이 내부고발로 폭로돼 한 차례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 “미쓰비시의 자정은 없었다는 것에 소비자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NHK는 미쓰비시가 “2000년 리콜 은폐 문제를 계기로 경영난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잘못을 반복했다”며 “엄격한 경영 체절 개선과 철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간 겐다이(現代) 비즈니스는 “폭스바겐 사태에 이어 미쓰비시에서도 배기가스 조작이 발생했다는 것은 다국적 자동차 업체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