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네트워크 전문 기업 협업 세계 최초
단순 커넥티드 카 개발 넘어서 인프라 구축까지 내다본 전략
현대차는 보안기술, 시스코는 사물인터넷 시너지 예상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및 솔루션 기업인 시스코(Cisco)와 손잡고 미래 모빌리티(이동성)에 대비한 ‘커넥티드 카’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자동차 기업이 네트워크 전문 기업과 협업하는 것은 업계에서 이번이 최초로 현대차는 다른 완성차 기업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커넥티드 카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현대차는 19일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정의선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시스코 척 로빈스 CEO(사진 왼쪽) 등 양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호 협력을 통해 커넥티드 카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이번 협업은 현대차가 주도하는 미래 커넥티드 카 및 새로운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조기에 현실화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커넥티드 카=IT기술과 자동차를 연결시킨 개념. 차량이 외부와 무선으로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고 차 자체적으로 인터넷 망에 접속해 모바일 기기처럼 각종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량이다. |
척 로빈스 CEO는 “이번 협업을 통한 기술적 혁신은 커넥티드 카, 보안 그리고 대용량 커뮤니케이션 전 부문에 걸친 기술에서 앞서가는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핵심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차량 네트워크 기술은 차량 내부에서 이뤄지는 데이터의 송수신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현 단계의 자동차는 제어해야 할 데이터 양이 많지 않아 소용량의 저속 네트워크가 기본으로 적용돼 왔다.
하지만 미래 커넥티드 카는 제어해야 할 장치는 물론, 송수신 데이터 양도 방대하게 증가해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차량 내 초고속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로 꼽히고 있다.
이에 현대차가 시스코와 개발하려는 차량 네트워크 기술은 기존 차량 네트워크 대비 획기적 속도의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은 물론, 차량 내 여러 장치들과 개별 통신 및 제어가 가능한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차와 시스코는 이와 함께 공동으로 커넥티드 카 모의 테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커넥티드 카 기초 연구를 수행한다. 양사는 나아가 이번 테스트 프로젝트에 국내 스타트업을 참여시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실제 정 부회장과 척 로빈스 CEO는 이날 해당 스타트업을 직접 방문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커넥티드 카 개발의 첫 파트너사로 시스코를 선정한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우선 그간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IT기업과 맺어왔던 파트너십과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라는 점이 눈에 띈다.
포드-아마존, 폴크스바겐-LG전자, 볼보ㆍ르노닛산-마이크로소프트, BMW-삼성전자, 도요타-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보듯이 그동안은 자동차 기업들이 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IT기업들과 손잡았다. 이와 달리 현대차는 유일하게 네트워크 전문 기업을 파트너사로 택했다. 이에 대해 IT업계 한 관계자는 “네트워크 부문 최강자인 시스코와 협업한다는 것은 현대차가 단순 커넥티드 카 개발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 좀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커넥티트 카가 움직이는 인터페이스(환경)까지 영역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상호 보완 측면에서 양사의 협업이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시스코와의 협업을 통해 시스코의 우수한 네트워크 기술 노하우 외에도 커넥티드 카가 놓쳐서는 안될 보안 관련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됐다.
시스코 역시 현대차와 자동차 네트워크에 대한 협업을 통해 지금까지 도전하지 못했던 자동차 부문의 사물인터넷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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