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ㆍ오연주ㆍ조민선 기자]생각보다 긍정적이다. 본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예상 실적 올리기에 바쁘다. 지난 1분기 주력 산업과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가져온 모처럼만의 밝은 풍경이다.

이 같은 반전의 시작은 국내 전자업계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끌었다. 이달 초 두 회사가 나란히 공개한 1분기 잠정 실적은 우울한 전망을 쏟아냈던 시장을 머쓱하게 만들고도 남을 정도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사이좋게 달리며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예고했고, LG전자 역시 TV와 가전 사업의 호조로 5000억원이 넘는 ‘깜짝 실적’ 기대치를 높혔다.

두 전자 맏형의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2분기에 대한 더 큰 기대로까지 이어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국내외 사용자와 전문가들에게 호평 받고 있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 LG G5의 실적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출시 한 달만에 1000만대 판매에 성공한 갤럭시S7, 또 LG전자 스마트폰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출시 첫 해 글로벌 1000만대라는 기록 달성을 노리고 있는 G5 모두 스타트가 좋다. 여기에 지진 같은 자연재해와 신제품 판매 감소에 시달리며 주춤한 글로벌 경쟁 업체들의 부진, 또 원자재 가격 안정과 우호적인 환율 흐름 모두 2분기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높히는 요소다.

‘깜짝 실적’에 웃는 기업들,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자동차와 철강도 예상보다 좋은 1분기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발 과잉 생산에 시달렸던 포스코는 전기 대비 75%가량 오른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김미송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의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516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10% 가까이 웃돌 전망”이라며 “철강재 가격이 인상되고 있고 원재료 투입 가격이 하락해 스프레드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포스코는 이달 초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등 주요 철강재 가격을 톤당 3만원 인상한 뒤 5월에도 또 한 번 올릴 계획이다. 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화환산 이익까지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선전 중이다. 미국과 유럽 같은 고급차가 잘 팔리는 선진 시장에서 판매량이 각각 2%와 10%씩 늘었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내수와 중국 역시 2분기 공격적인 신차 발표로 어렵지않게 만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쌍용자동차 역시 신차 ‘티볼리’ 효과에 지금도 공장을 풀 가동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한동안 원유가격 하락, 여기에 정제마진 축소 등 온갖 악재에 시달렸던 정유사들도 1분기 ‘사상 최대 실적’까지 기대 중이다. 국내 대표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현물 시장 흐름도 좋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해 1분기 배럴당 평균 7.7달러로 지난해 4분기 8달러와 유사한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친다. 여기에 유가도 완만하게 상승하면서, 지난해 말 정유사들을 괴롭혔던 재고평가손실도 걱정 없다. 이에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이 2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정유업계의 올해 실적은 역대 최대였던 2011년에 육박할 전망이다.

하지만 한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끌었던 조선 산업의 불황은 여전히 걱정 거리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조선사들은 우선 1분기 기존 선박 건조가 마무리되면서 흑자 반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부진한 신규 선박 물량 수주에 웃을 수만 없는 처지다. 또 소비 양극화와 체감 경기 부진을 피할 수 없는 내수 업종들의 암울한 1분기 예상 실적 전망도 수출 기업들의 ‘깜짝 실적’에 마냥 안도할 수 없는 우리 경제와 업계의 불안한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