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ㆍ홍석희 기자] 4ㆍ13 총선이 막을 내리면서 정부가 느슨해졌던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강하게 쥐면서 재계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특히 유일호 경제 부총리가 조선ㆍ해운업계의 특정 기업의 이름을 거론하면서까지 두 분야의 업계 재편을 공언하며 해당 업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다다른 상태다.
우선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은 산업재편과 인력구조조정이 큰 두 축을 이룬다. 구조조정 대상은 ‘빅3’와 중견조선소 두 분류로 나뉜다. 정부의 칼날이 어느쪽으로 가닥을 잡든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 조선업계 내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조선업계 내에서는 이미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진행중이고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정부의 구조조정 얘기에 마뜩치 않아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서 줄잡아 수만명의 인력 구조조정이 실시되고 있다. 직원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중이다”며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에 이미 흑자전환을 이뤘다. 나머지 두개사도 흑자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 자율로 조정이 진행중인데 굳이 정부가 나서는 것에 대해 반감이 강한 것이다.
해운업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해운업체 빅2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뼈를 깎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와중에 정부 발 구조조정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보유 화물선 125척 가운데 84척의 선주들과 선박 임대료인 ‘용선료’ 인하 협상을 5월 중순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을 반드시 성사시킨 뒤 6월께 있을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을 진행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외국 선사들과 용선료 협상을 개별적으로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이나 다음 달께 정해질 것”이라며 “계획대로 자구노력이 잘 이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운업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한진해운도 모그룹의 지원을 받아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등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과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한진해운은 올해 탄력적인 공급량 조정과 노선 합리화, 효율적 장비 운영과 저비용 운송 루트 개발 등으로 원가절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런 탓에 최근 유 부총리가 해운업과 조선업을 지목해 ‘구조조정 작업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말한 것은 업계의 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도 한다.
해운과 조선이 국가 기간 산업이기에 과도하게 금융적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우는 LNG선을, 현대는 초대형컨테이너선을, 삼성은 FPSO를 잘만든다. 빅3의 특장점이 있는데 이를 합병시키려는 것은 각각의 특색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주도로 금융과 해운, 조선 등이 함께 산업 재편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 등 금융계와 해운사와 조선사 정부관계자 등이 모여 산업 방향을 설정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