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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치유의 경계에서 채색화를 그리다”

김미희 화가

홍콩 아트페어, 뉴욕 햄튼 아트페어, 한국국제아트페어 등에 출품한 김미희 화가의 그림들은 장지 위에 석채, 분채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천년을 견뎌내는 전통 한지인 장지 위에, 수백, 수천 번 칠하여 깊고 힘 있는 맛과 멋을 가진 발효된 색상이 나타나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분채란 가루분 재질의 물감을 오일이 아닌 아교를 매개제로 삼아 만드는 것인데, 개어내는 방식이 마치 떡이나 과자를 만들 때와 비슷하여 아교, 분채, 석채를 준비하는 일은 조리 과정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만든 작품에는 알갱이 질료들이 쌓이면서 서로 반사되어 발색되는 효과가 있어, 작가는 이를 인내를 감수해 가며 완성된 작품에 강렬한 색채의 힘이 내재된 비법으로 삼기도 한다. 화선지에 붉은 색을 칠하면 물 먹은 분홍이 되기 때문에, 보이는 대로 색감을 표현하려면 수많은 붓질이 필요하다. 이렇듯 김 화가의 질료를 대하는 관념이 이토록 완성도를 향해 열의를 보이고 있기에, 이러한 질감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여인’으로 정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다. 


한국의 여인상은 한과 인내, 이해에 대한 대표적인 상징성을 띠고 있고, 김 화가의 <願(원하다)> 시리즈의 여인들이 아이를 안고 있건, 홀로 있건 누군가를 기다리는 표정으로 희망을 향한 사색을 거두지 않는 것은 소재와 주제에 대한 일관된 표현주의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 화가의 석채, 분채 작법에서 2010년 작 <願-희망>에 표현된 보리밭은 푸른색과 녹색이 강조되어 바람(風)에 흔들리는 보리들의 바람(희망:希望)을 떠올리게 한다. 여인의 한이란, 기다림에 지쳐 서럽디 서러운 울음이 아니라 그 끝자락에 내일의 빛을 그리는 법이기에 김 화가 역시 한때 어둡고 우울한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지만, 여인의 강인한 생명력 표현에 천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림에서 밝은 면, 희망을 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작품 <4월의 숨결>에서 김 화가는 자신이 좋아하던 푸른 바다의 이미지보다는 꽃의 이미지를 택했다. 벚꽃과 장미가 피어나는 4월은 누군가에겐 깊고 차가운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아픈 계절이기에. 세월호의 아이들을 갓 피어난 분홍 장미로, 그리고 노란 리본으로 대비시켜 이제는 천사가 되어 있을 아이들의 흔적을 아름다움으로 표현하여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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