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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을 지키는 패션…시작은 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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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브랜드 살충제 없는 목화 재배·오염물질 배출없는 소재개발 앞장
페트병 등 폐기물 의류소재로 재활용 눈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패스트패션 대세…부쩍 짧아진 옷의 유통기한

옷은 계절을 대변한다. 몸은 하나이지만 옷에는 사계절이 필요하다. 더울 때 시원한 옷, 추울 때는 따뜻한 옷을 입는 것은 체온을 지키고 날씨의 자극에 좀 더 수월하게 대처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그럼에도 단지 옷을 몸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입는 이는 많지 않다. 옷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급변하는 패션 트렌드, 패스트패션(Fast-Fashion)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옷의 유통기한’은 부쩍 짧아졌다. 학창시절, ‘20살까지 입을 수 있겠다’며 어머니와 함께 외투를 샀던 기억이 왠지 멀게 느껴지는 지금, 추억은 추억으로 남긴채 당장 눈앞의 봄을 위한 쇼핑을 준비한다.

패션과 환경을 연결시킨지 오래다. 옷장에서 밀려난 옷은 누군가의 손에서 다시 재활용되지 않는 한 일상 폐기물들과 같은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옷을 만들 때 필요한 각종 원재료들과 제조공정에서 뿜어낸 탄소들과, 옷이 소각됐을 때 혹은 땅 속에 묻혔을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 물질들은 사실 옷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남의 일’이나 마찬가지다.

“옷은 오일 다음으로 지구를 파괴하는 오염물질이다”

남의 일이라 생각했던 옷과 환경의 상관관계를 다시금 ‘우리의 숙제’로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패션계의 거물 중 한명인 에일린 피셔(Eileen Fisher)는 지난해 한 환경관련 시상식에서 자신의 브랜드 옷을 포함,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역설했다.

옷은 거대한 환경파괴의 주범 중 하나이고, 탄소 발자국(생산, 소비,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어마어마하지만 일상에서는 정작 알아차리기 힘든, ‘숨어있는 위험’이라는 지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쇼핑천국 홍콩…매해 11만톤 섬유의류 폐기

시작은 섬유다. 목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엄청난 양의 살충제, 그리고 제조공정에서 기계가 뿜어내는 탄소와 폐수들은 완성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옷의 이면이다. 과정은 계속된다. 옷감을 재단할 때 생기는 폐기물, 그리고 염색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 마지막으로 옷이 폐기처리되면서 발생하는 각종 물질들은 화려한 패션에 가려져 외면해 온 현실이다. 물 소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섬유는 직물제조와 염색 등 모든 공정을 포함, 전형적으로 물 집약적인 산업이다. 티셔츠 한 벌을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2700리터에 달한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다고 가정했을 때 이미 당신은 1만 9000여리터의 물을 소비한 셈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멋을 위한 소비이지만, 옷을 위해 소비되는 자원과 오염되는 환경을 생각한다면 ‘옷’이 결코 멋있지만은 않음을 알게 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쉼 없이 옷을 사지만 결국 입을만한 옷은 없는 게 현실이다. 구입한 옷을 거의 입지 않고 버리는 일도 일상화되고 있다. 섬유전문가인 커스틴 브로더는 “패션은 점점 더 ‘버리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보는 패션은 이제 비닐봉투, 1회용 식탁보와 다를 것이 없어졌다.

빠르게 소비하는 패스트패션이 일상화되면서 올바른 소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는 분위기다. 유행에 맞춘, 심지어 저렴한 옷을 빠르게 소비하고 버리는 것이 환경오염과 연결된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다. 섬유 폐기물은 전세계적인 문제다.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쇼핑의 천국 홍콩에서는 매해 11만 톤의 섬유 의류가 폐기되고 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에서 조차 옷장에 있는 약 52억 벌의 옷들 중 40%는 거의 입지 않거나 한번도 입지 않는다고 한다. 버려진 옷들은 폐기 과정에서 각종 오염물질을 내뿜고 심지어 잘 분해되지 않아 오랜기간 땅 속 생태계를 괴롭힌다.

대안을 찾는 작업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재배과정에서 살충제 사용을 하지 않은 유기농 코튼(면)은 지구와 함께 ‘지속가능한’ 대안 섬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마저도 ‘궁극적인’ 해답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피셔는 “오가닉 코든이 지속가능한 대안이기는 하지만 기존 면에 비해 상당히 고가”라며 “오가닉 코튼은 여전히 많은 양의 물을 필요하고, 그것으로 만든 의류는 마찬가지로 화학물질로 염색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환경파괴 오명…SPA브랜드 그린소재개발 심혈

패션과 환경을 연결시키고자 할 때 누구보다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것이 SPA브랜드다. 세계에서 가장 몸집이 큰 의류 업체, 전 세계 패션의 중심에선 SPA 브랜드들의 행동변화는 곧 패션계의 변화로 연결된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SPA브랜드들은 지속가능한 패션과 관련한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지속가능보고서에서 H&M의 CEO인 칼 요한 페르손은 이렇게 말했다. “성공적인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성장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지구와의 경계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SPA의 변화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최근 H&M이 공개한 2016년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Conscious Exclusive) 컬렉션의 핵심은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소재다. 컬렉션은 오가닉 실크를 비롯해 헴프, 재생 리넨, 텐셀® 혼방 소재를 비롯한 다양한 혁신 소재를 사용했다. 낡은 데님을 재활용해 만든 데니마이트(Denimite)는 H&M이 패션 업계 최초로 사용하는 신소재로 주목된다. 버려진 페트병에서 뽑아낸 섬유는 자카드 질감의 가방과 트렌치를 만드는 소재로 재활용됐다.

지난 한해에 H&M이 이 같은 방법으로 재활용한 페트병은 약 9000만병에 달한다. 옷에 포인트를 주는 비즈와 스톤은 재생유리를 사용했다. 기존의 소재를 재활용함으로써 탄소배출과 오염물질 배출을 감소, 곧 지구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여름을 맞아 린넨 소재의 의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린넨은 강도가 높아 오래 유지되는 친환경 소재 중 하나다. 아마 섬유를 원료로 한 직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의류용 섬유 소재기도 하다. 리넨의 원산지는 유럽으로 현재 프랑스, 벨기에 및 이탈리아 등이다. SPA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는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에서 생산되는 최상급의 린넨을 사용한 SS 제품을 내놨다. ‘프리미엄 린넨(PREMIUM LINEN) 셔츠’는 베이직한 색상에서 파스텔 톤, 이번 시즌 새롭게 출시된 데님 느낌의 제품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본격적으로 봄 준비에 나섰다. 겨울 외투를 세탁소로 보내고 니트들은 박스에 옮겨 담았다. 두툼한 부피 덕에 겨울이 사라진 옷장이 휑하다. 빈 공간을 채울 봄 옷들을 꺼냈다.

겨우 답답한 박스를 벗어난 봄 옷들을 하나 둘씩 꺼내는 심정이 복잡하다. 아무렴, 패션은 변하고 취향도 변한다. 촌스러워서,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혹은 맞지 않아서. 갖가지 변명을 붙여가며 지난날의 봄 옷들을 다시 박스에 집어넣었다.

고민과 선택이 반복됐던 옷 정리가 끝나자 20% 남짓한 생존률 앞에서 좌절을 맛본 옷들이 산더미다. 고스란히 옷 값으로 소진했던 ‘피 같은’ 월급이 가슴이 후비지만, 2015년의 옷과는 안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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