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4일 폭로된 ‘파나마 페이퍼스’에 따르면 조세회피처는 이혼 전 재산 숨기기 경쟁에도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파나마 최대 로펌인 모색 폰세카는 고객에게 이혼하기 전 재산을 옮겨놓을 ‘셸컴퍼니(shell companies)’ 설립을 추천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억만장자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도 ‘이혼전쟁’에서 모색 폰세카를 활용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리볼로프레프가 이혼에 앞서 역외에 재산을 숨겨놨을 것이라는 추측은 수년간 제기돼왔다. 리볼로프레프는 러시아에서 14번째로 재산이 많다.
이번 모색 폰세카 문서 유출로 인해 리볼로프레프가 역외 회사를 이용, 자산을 숨기려고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리볼로프레프는 모색 폰세카를 통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시트란스 파이낸스(Xitrans Finance)’라는 회사를 세웠다. 실체라고는 우편함 한 개 밖에 없는 유령회사로, 이 회사의 지분은 리볼로프레프만 갖고 있다.
리볼로프레프는 유명 화가 피카소, 반 고흐, 모네, 마르코 로스코 등의 작품과 루이 16세의 가구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리볼로프레프는 ‘시트란스 파이낸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그림들을 스위스에서 싱가포르, 런던 등으로 빼돌렸다. 스위스에 있는 부인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리볼로프레프는 1987년 부인 엘레나를 만나 결혼한 뒤, 스위스로 건너가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2008년에 엘레나가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리볼로프레프의 재산이 늘어날수록 역외 회사들 간 복잡한 네트워크로 인해 재산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기 쉽지 않았다.
2014년 스위스 법원은 리볼로프레프가 엘레나에게 재산의 절반인 45억달러(약 5조원)를 줘야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후 2015년 항소법원은 6억달러(약 6900억원)로 대폭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