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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살인사건’ 2심 첫날, “안 죽였는데 왜 칼 숨겼나?” 추궁
- 재판부, 범행도구 숨긴 패터슨 집중추궁
- 패터슨 “그때 난 너무 어렸고 무서웠다”
- 에드워드를 진범 지목한 검사 출석놓고 잠시 논쟁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2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살인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아더 존 패터슨(37)이 거듭 무죄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패터슨은 지난 1월 29일 1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돼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날 패터슨의 변호인은 과거 에드워드를 진범으로 지목했던 박재오 전 검사를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패터슨이 직접 발언권을 얻어 재판부에 “불공평하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5부(부장 윤준) 심리로 열린 이날 항소심 첫 재판에서 패터슨 측 오병주 변호사는 “무죄를 확신한다”며 항소이유를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1심에서처럼 19년 전 검찰이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를 상대로 실시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를 주요 근거로 들었다.

당시 10차례에 걸쳐 이뤄진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죽이지 않았다”는 패터슨의 대답은 모두 ‘진실반응’이 나온 반면, 에드워드는 ‘현저한 거짓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1심에서 “당시 기술력으로는 오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오 변호사는 또 “당시 목격자들 진술에 따르면 패터슨과 에드워드 모두 피를 뒤집어 쓴 상태였다”며 ‘패터슨은 온몸에 피가 많이 묻은 반면, 에드워드는 상의에 스프레이로 뿌린 듯한 물방울 모양의 피가 소량 묻어있었다’고 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정면 부인했다.

오히려 오 변호사는 “에드워드가 범행 닷새 후 자수하면서 제출한 옷은 세제로 세탁된 상태였다”며 증거물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그 밖에 패터슨 측은 ‘에드워드가 마약을 보여주는 줄 알고 (화장실로) 뒤따라갔다’, ‘범행을 목격하다가 피해자와 접촉하면서 피가 많이 묻게 됐다’, ‘(에드워드에게서 나타나는) 스프레이 형태의 혈흔은 피해자와 가까이 서있던 가해자에게만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1심에서처럼 에드워드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윤 부장판사는 당시 범행도구를 은닉한 패터슨의 행동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윤 부장판사가 “죽이지도 않았는데 왜 현장에서 칼을 들고 나왔냐”고 묻자 패터슨은 “그때 너무 어렸고 어리석었다. 무서운 나머지 빨리 현장에서 도망가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윤 부장판사가 “누명을 쓸 수도 있는데 신고를 하는게 현명한 판단 아닌가? 에드워드를 도와주려고 칼을 숨긴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패터슨은 “내가 어렸고 바보같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신고를 생각 못했고, 에드워드가 나중에 내가 범인이라고 소문을 퍼뜨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사건 초기 수사를 담당한 박 검사의 증인출석 여부를 놓고도 패터슨 측과 재판부 간에 잠시 논쟁이 있었다. 박 검사는 1심에서도 증인출석 요청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당시 수사검사는 현장 목격자가 아니기 때문에 증인으로는 부적절하다. 수사상황은 이미 기록에 다 나타나 있다”며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패터슨은 “박재오 검사는 20년 전 사건과 관련해 나를 위해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검찰 쪽이 원하는 증인만 채택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윤 부장판사는 “수사검사가 증인으로 나오는 건 과거 1심에서 에드워드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증인신청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수사검사가 직접 목격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진술하는 것은 진실을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재차 거부의사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생면부지인 사람을 별다른 이유없이 공격해 살해했고, 범행수법이 끔찍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검찰의 구형대로 패터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2011년 검찰이 패터슨을 기소한 지 5년 만이었다.

징역 20년은 패터슨에게 내릴 수 있는 법정 최고형에 해당한다. 특정강력범죄처벌법 4조는 ‘범행 당시 나이가 18세 미만인 소년을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야 할 경우 최대 징역 2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979년 12월생인 패터슨은 범행 당시 17세 4개월이었다.

1심은 “에드워드가 패터슨의 범행을 부추겼고, 패터슨이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동안 에드워드가 망을 본 사실이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패터슨은 여전히 ‘나는 죽이지 않았다. 에드워드가 죽였다’는 입장이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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