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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공운송 중 화물 분실 책임 운송사에 물을 수 없다?
 대법, 국제 항공운송 협약 ‘몬트리올 협약’ 가입국 아니면 책임 물을 수 없어 판단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항공운송 회사를 이용해 국제 항공운송 협약인 ‘몬트리올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로 화물을 보냈다가 분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항공운송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박병대)는 방산용품 전문기업인 미노언이 항공운송을 의뢰한 화물 분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DHL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111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미노언은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국제연합 아이티 안정화 임무단에 파병된 국군 파견부대에 ‘광파거리측정기’ 2세트를 공급하기 위해 2011년 9월 DHL코리아와 항공운송계약을 체결했다. 화물의 무게를 83.5kg로 측정해 운송료를 141여만원 지불했다. 이 화물은 2011년 9월 28일 인천공항에서 ‘DHL항공기’를 통해 미국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공항을 경유해 29일 목적지인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 공항에 운송됐다. 하지만 화물 4상자 중 주장비가 들어 있는 상자 1개가 중간에 분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노언은 운송 과정 중 광파거리측정기의 주장비 1세트가 분실됐으므로 제품 가격과 납품 지연으로 발생한 지체 보상금 등을 합한 2639여만원을 배상하라며 DHL코리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전경

1심은 원고인 미노언 패소 판결을 내렸다. 미노언이 광파처리측정기 같은 특별 화물을 부칠 때 ‘특별 신고’를 하고, 그에 걸맞는 비용을 지불하며, 보험을 가입했어야 했는데, 화물 무게만 계산해 운송비용을 냈으므로 배상책임한도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에서는 DHL코리아가 원고에게 2111만원을 배상해야 하라고 미노언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몬트리올 협약’에 따른 책임을 근거로 삼았다. 몬트리올 협약은 “운송인은 화물의 파괴ㆍ분실 또는 손상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손해를 야기한 사고가 항공운송 중에 발생하였을 경우에 한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은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몬트리올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간 운송에 몬트리올 협약의 근거를 내세워 운송인의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제항공운송계약에 몬트리올 협약이 적용되려면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협약 당사국이어야 한다”며 “이번 항공운송 사고가 발생한 출발지인 대한민국은 몬트리올 협약 당사국이지만 도착지인 아이티 공화국은 이 협약의 당사국이 아니므로 몬트리올 협약 규정을 통해 운송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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