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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언론 “이보미의 힘은 ‘에너지 절약 골프’(?)”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치기 전 딱 30초만 집중. 이보미 우승의 힘은 ‘에너지 절약’ 골프다.”

현미경처럼 분석하기 좋아하는 일본 언론이 다시 ‘골프여왕’의 힘을 찾기 시작했다. 바로 지난 13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요코하마 타이어 토너먼트에서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스마일 퀸’ 이보미(28·마스터즈GC) 얘기다. 이보미는 최종합계 8언더파 208타로 가시와바라 아스카, 이지마 아카네(이상 일본)와 함께 동률을 이룬 뒤 4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JLPGA 투어 통산 16승의 이보미는 특히 8차례 연장전서 7승 1패로 연장 승부에 강한 면모를 뽐냈다. 일본 투어 첫 우승이었던 2012년 이 대회서도 연장 끝에 안선주를 이겼다.

일본 언론은 “일본 프로골프 최강의 공주가 올해 벌써 힘을 내기 시작했다”며 흥분했다. 한국 대만 등 해외 선수들이 우승컵을 가져가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일본이지만 이보미 만큼은 예외다. 최고의 실력과 매너, 인성, 외모 등 다양한 이유로 일본팬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압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일본 언론은 “집중은 샷 하기 30초 전부터. 이보미의 에너지 절약 골프가 빛을 발한 라운드였다”고 우승 비결을 꼽았다. 이보미의 짧고 굵은 집중력은 퍼트에서도 힘을 발한다.

이보미는 올 초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퍼트에 자신감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2초 만에 퍼트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전에 쳐버리자는 생각이었다. 그랬더니 하나씩 홀컵에 떨어지고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덕분에 이보미는 2015 시즌 평균퍼트 1위(홀당 평균 1.75개)에 올랐다.

이날 집중력이 특히 돋보였던 장면은 18번홀(파4) 세컨드샷이었다. 공동선두에 한 타 뒤져 있던 이보미의 드라이버샷이 오른쪽 러프로 밀렸다. 핀까지 134야드. 볼이 발보다 높고 눈앞에 나무가 있어 직접 핀을 공략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보미가 드로 구질인 터라 상황은 더 안좋았다. 하지만 이보미는 페이드샷으로 그린 왼쪽 러프에 볼을 떨어뜨렸고, 공은 데굴데굴 그린을 굴러 핀 20cm에 붙었다. 이보미는 “평범한 9번 아이언 거리였지만 슬라이스를 내야 했기 때문에 8번 아이언으로 쳤다. 몸은 열고 페이스를 돌리지 않도록 친 샷이었다. 한 번도 연습해보지 않았던 샷이다”며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듯했다.

이보미는 조기 우승과 함께 ‘두 마리 토끼’ 사냥도 일찌감치 시작됐다. 아니 목표가 다시 수정됐다.

이보미는 올해 상금왕 2연패와 2016 리우올림픽 출전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7승으로 일본 남녀 프로골프를 통틀어 사상 최다 상금(2억2049만7057엔)을 기록하며 JLPGA투어 상금왕에 오른 이보미는 올해 목표로 ‘소박하게’ 3승을 잡았다. 지난해 쾌조의 샷 감각으로 최고의 해를 보냈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와 부담을 떠안은 올시즌 성적을 또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두번째 대회 만에 조기 우승을 하며 “전반기 3승”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또 경쟁자들에 비해 다소 뒤처졌던 올림픽 티켓 전쟁에도 다시 불을 붙였다. 이보미는 이날 우승 후 “오늘 우승하지 못했으면 올림픽 얘기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면서 “7월까지 목표한 3승을 거두면 기회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이보미의 세계랭킹은 18위. 한국 선수 가운데 8번째다. 4장의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에 넘어야 할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이보미가 도전장을 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ANA 인스퍼레이션,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할 경우 올림픽 티켓 주인은 안갯속에 휩싸이게 된다.

이보미는 “좋은 선수, 동료들과 함께 올림픽을 향해 경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후회 없는 경쟁을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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