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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이유 없이 민원 처리를 미루는 공무원은 파면도 불사하겠다거나, 직권 남용의 경우 징계 수위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 등이 그렇다. 대통령까지 나섰는데도 규제 개혁이 지지부진 한 것은 공무원의 관행적 구태, ‘갑질’이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만큼 공무원 갑질의 뿌리는 깊고 단단하다.
문제는 황 총리의 으름장이 일선 공무원들에게 얼마나 먹힐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바짝 엎드려 기다리면 제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공무원들 아닌가. 실제 그랬다. 세월호 사태를 필두로 공무원의 갑질과 복지부동, 무사안일이 빚은 폐해는 부지기수다. 그 때마다 공직사회의 기강 확립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오히려 갑질의 수법만 더 진화되고 교묘해졌다.
공무원 갑질이 근절되지 못하는 것은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지난해 4분기 공직감찰 결과를 보면 온갖 갑질 행태가 망라돼 있다. 인허가 처리 지연, 법령을 넘어서는 과도한 자격제한, 고의 입찰 방해, …. 그러나 적발된 공무원 106명 가운데 파면 해임 정직 등 중징계는 단 2명 뿐이다. 아무런 제재 없는 단순 주의조치가 80%가 넘고, 나머지는 감봉 견책 등 경징계다. 뿌리가 뽑힐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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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간부의 ‘삼청각 무전취식’은 최악의 갑질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최고급 요리를 200만원어치 넘도록 먹고 대중 음식점 밥값만 낸 것만 해도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 계약직이란 삼청각 직원의 신분적 약점을 미끼로 수시로 공짜밥을 먹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정말 죄질이 나쁘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4대 개혁(공공 금융 노동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권의 성패 차원을 넘어우리의 미래가 달린 사안인 만큼 반드시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공무원 사회의 혁신이다. 이게 전제되지 않으면 개혁도 규제혁신도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달라질 때도 됐다. 공무원의 일상화된 갑질의 구각(舊殼)이 이참에 깨지길 바란다. 이것만 잘 해도 박근혜 정부는 ‘성공한 정권’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황 총리가 잘 해 내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