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우유의 눈물 1-경제 논리 통하지 않는 ’우유‘를 어쩌나
realfoods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수요가 줄면 가격이 낮아지는 게 경제의 기본 원리다. 허나 이런 원리가 통하지 않는 소비재가 있으니 바로 우유다.


▶쌓이고 넘치는 우유가 가격은 그대로? = 내수 시장에서 우유 재고는 말도 못할 정도다.

지난해 12월 기준 원유 재고량은 25만2762t. 2014년 12월 재고량 23만2572t에 비하면 1년새 8.7%나 늘었다.

우유 재고가 천정부지로 급증하는 원인은 생산은 늘어가는데, 소비는 오히려 줄어드는 부조화에 있다. 최근 몇 년 새 사료값이 안정되고 젖소의 우유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원유 생산은 늘었다. 2011년 188만t이었던 우유 생산량은 2012년 211만t으로 200만t을 넘어서더니, 2014년에는 221만t까지 찍었다.

반면 저출산으로 인해 영유아가 줄어들고, 두유 등 대체식이 많아지면서 우유 소비는 현격히 줄어들었다. 지난 2014년 기준 국민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연간 26.9㎏으로, 2000년에 비해 12.7%나 줄었다.

희한한 것은 수요가 줄어드는데도 가격은 낮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와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5 버터ㆍ치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국내 낙농가의 원유 수취 가격은 2014년을 기준으로 리터당 1088원이다. 중국 656원, 미국 482원에 비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특히 뉴질랜드(리터당 316원)의 수취가격과 비교하면 3배를 웃돈다.


[사진출처=123RF]

▶원유 가격 연동제가 뭐길래 = 수요 곡선과 상관 없이 우유 가격이 높게 형성된 데에는 ‘원유가격 연동제’의 영향이 크다는 게 유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유업계는 낙농가로부터 원유를 매입할 때 적정 가격을 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낙농가들과 이견이 커 매년 파행이 반복됐다. 낙농가들이 유업계 측 제시안에 불복해 원유 납품을 잠정 중단하는 일 등은 예사였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2011년부터 원유 가격을 생산비, 소비자 물가에 연동해 정하는 ‘원유 가격 연동제’가 실시됐다. 이후 원유 기본 가격은 기준원가와 변동원가를 더해 정하게 됐다.



기준원가에는 전년도 우유생산비의 증감이, 변동원가에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 변화 등이 변수로 더해진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때는 거의 없기 때문에, 변동원가는 매년 오를 수밖에 없다. 우유 생산비도 사료값이나 전기세, 수도세 등이 떨어지지 않는 한 소폭이나마 오를 수밖에 없다. 자연히 원유 매입 가격은 매년 오르면 올랐지, 줄지는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원유 가격 연동제가 수요와 상관없이 원유 가격을 올린 주범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에서도 수요 등을 감안해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낙농가에서는 원유 가격 연동제에 대한 오해가 심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낙농은 장기간에 걸친 생산계획이 필요하고, 지속 가능한 안정 생산이 되려면 일정 가격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유 가격 연동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서 시장의 수급상황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2014년 보안책을 내, 생산비가 4% 범위 내에서 증ㆍ감했을 때에만 조정하기로 했다는 것도 낙농가의 지적이다. 실제로 2013년 원유기본가격은 리터당 834원에서 2014년에는 940원으로106원 가량 올랐지만, 지난해에는 2014년과 동일하게 940원을 적용했다.

▶수입ㆍ가공 분야에도 통하지 않는 경제 원리 = 원유 가격 연동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이미 시장 상황과 엇나간 우유는 또 다른 ‘경제 원리 불통 분야’를 낳았다. 우유가 남아도는데 유제품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유제품 수입량은 45만4000t.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수입은 보통 국내에 해당 재화가 부족할 때 하는 것이지만, 우유가 넘쳐나는 와중에도 국내 업체들은 원유나 유제품 수입을 선택했다. 원유가격 연동제의 영향으로 수입 원유가 국산보다 더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수입 원유 가격이 국산의 3분의 1 수준이다 보니 제빵이나 치즈, 버터 등을 만드는 데에 수입 원유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게 업체들의 입장이다.

우유 소비는 부진하지만 기타 유가공품 소비는 활발하다. 가공유나 발효유, 치즈, 버터 등 국내 유제품의 소비는 원유로 환산했을 때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94만8000t이다. 전년보다 4.6%나 증가한 수치다. 농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치즈 소비량은 2000년 0.94㎏에서 지난해 2.4㎏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치즈 100g을 만드는데 보통 원유 1㎏이 들어간다는 걸 고려하면 치즈 소비량까지 합한 지난해 국민 1인당 유제품 섭취량은 30㎏ 상당. 이는 2000년도 흰 우유 소비량과 비슷한 수치다. 흰우유 소비는 줄어들고 있지만 전체 유제품 소비는 결코 줄어드는 추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타 유제품 수요를 국산이 끌어안을 수 있다면 우유 재고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마저도 ‘비싼 우유’라는 걸림돌이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kate0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