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통해 여당이 야당이 되고 야당이 여당이 된 역사가 있지만, 여당은 영원히 여당이 될 것처럼 행동하고 야당은 영원히 야당이 될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서 시급한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중용(中庸)의 도(道)가 보이지 않는 이유다.
중용의 도는 어렵지만 정치에 꼭 필요하다. “중(中)은 천하의 정도(天下之正道)요 용(庸)은 천하의 정리(天下之定理)”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양극단을 부추기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양극단을 찾아 가운데를 취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양극단의 가운데를 취하려면 토론과 협상이 필요하다.
남의 나쁜 점을 숨겨주고 좋은 점을 들어내라는 “은악이양선(隱惡而揚善)”이라는 중용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활용하면 토론과 협상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테러방지법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국회는 토론과 협상의 과정을 통해 국익을 추구하는 곳이지 당리당략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님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교육자들의 잘못이 크다. 2월은 졸업의 달이며 3월은 입학의 달이다.
교육당국과 각급 학교는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졸업시켰는지, 제대로 교육시키려고 입학시키고 있는지 성찰할 시간이다.
졸업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을 배웠다고 하고 대학 졸업생들은 나름대로 전공학문을 익혔다고 하겠지만, 사회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구체적인 역량이다.
국가는 바른 국가관과 역사관, 시민사회는 글로벌 시민의식, 직장은 직업철학과 창업가적 도전정신, 그리고 직무능력을 요구한다. 직업철학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정신적 토대이고 창업가적 모험 정신은 변화하는 세계에 대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각계의 리더에게는 첨단기술시대와 지구촌 경제시대를 이끌 수 있는 창업가적 리더십은 물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횡단역량(橫斷力量)이 요구된다. 횡단역량(transversal skills)이란 호기심(curiosity), 문제해결역량(problem-solving skills), 관용(tolerance), 자신감(confidence)의 4가지로 구성돼 있고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주관한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고용주의 92%가 인재를 찾을 때 중시하는 직무역량이다.
호기심이 있어야 다른 영역으로 횡단하여 역지사지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상대방의 영역으로 횡단하기 전에 자기만의 업(業)의 철학이 정립되어 있어야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고, 전공분야의 직무역량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능력, 협업능력, 디지털활용능력, 그리고 평생학습능력이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갖출 수 있다. 관용과 자신감이 없으면 다른 영역으로 횡단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학생들은 미래에 기업과 정부와 학교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 각급 의회에서 일하게 된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역량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들에게도 횡단역량이 필요하다. 호기심이 있어야 다른 영역으로 횡단하여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문제해결역량이 있어야 쟁점법안을 두고 토론과 협상을 할 수 있으며, 관용과 자신감이 있어야 양극단을 찾아 가운데를 취해 중용(中庸)의 도(道)를 걸을 수 있다.
학생들이 교사들의 수업을 수동적으로 듣고 외워서 시험을 보는 전통적인 교육으로는 호기심-문제해결역량-관용-자신감으로 구성된 횡단역량을 기르기가 매우 어렵다.
이제라도 장차 정치를 할 학생들로 하여금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횡단역량(橫斷力量)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을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