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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정형 vs 공격형, "어느 증권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메리츠종금증권과 신영증권의 고용 실험이 증권가 안팎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IBK투자증권 노사가 ‘저성과자 해고 지침’에 대해 합의하면서 결국은 미국식 ‘성과주의’가 한국 증권시장에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표적인 ‘미국식 고용’을 지향하는 증권사의 대명사는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반면 다소 오래된 듯 보이는 ‘믿음’을 직원 고용의 핵심 가치로 삼는 증권사도 여전히 있다. 신영증권은 사명에서부터 ‘믿음’을 강조한다. ‘신즉근영(信卽根榮)’을 줄여만든 ‘신영’은 회사가 지향하는 핵심가치다. 한 때 ‘큰 대(大) 믿을 신(信)’이란 광고 카피로 주목을 끌었던 대신증권도 우연치 않게, 신영증권과 한 건물을 쓴다.


‘공격형’ 메리츠= 우선 메리츠종금증권의 핵심가치는 성과주의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직원은 더 많은 봉급을 받아간다. 철저하다. 높은 계약직 비율을 유지하는 것도 언제든 성과가 떨어질 때엔 ‘쉬운 해고’를 하기 위해서다. 대신 일한만큼 확실히 보장해준다.

예컨대 지난해 메리츠종금증권의 본사 영업직 남성 직원은 평균 2억원의 연봉을 받아갔다. 많게는 5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아간 직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일정 성과를 넘어서면, 직원이 100원을 벌면 본인이 50원을 회사는 나머지 50원만을 받아가는 성과주의를 채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5억원을 연봉으로 챙겨간 직원이 생겨난 것도 이같은 독특한 인센티브제 때문에 가능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사명(메리츠)도 ‘잇점’을 의미하는 메리트(merit)와 ‘많다’는 의미의 에스에스(SS)를 알파벳 ‘제트(Z)’로 바꿔 붙여 만든 영어 이름이다. 고객에게 많이 벌어주고, 직원도 많이 가져가자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철저한 성과주의와 실적주의는 메리츠종금증권을 3년 연속 수익률 최고의 증권사로 만든 원동력이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MBA 출신인 최희문 사장의 경영 철학도 궤를 같이 한다. 최 대표의 연봉은 증권업계 1위(22억원)다. 최 대표는 “베짱이 같은 프리라이더는 남아 있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메리츠종금증권 직원들도 이같은 연봉 체계에 만족한다. 지난해 메리츠종금증권에 입사한 한 경력직 직원은 “돈을 많이 번 사람이 더 받아가는 현재의 체계에 매우 만족한다. 이전 증권사에 근무할 때보다 성취감이 2배이상 높아졌다”고 자부했다.

그는 “증권맨들에겐 고용형태는 중요치 않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조직 내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월급을 나누는 시스템 그 자체”라고 말했다.

물론 불안한 고용 형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또다른 메리츠종금증권 직원은 “계약 종료 2달전에 회사로부터 재계약 통지가 온다. 만일 재계약 통지가 없다면 조용히 자리를 빼야 한다”며 “재계약 통지가 안올 경우 그날부터 2달간은 불안에 떨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비정규직 비율은 65.9%로 증권 업계 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지난 5년동안 단 한명의 신입 사원도 채용하지 않았다. 입사 직후부터 곧바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경력직 채용만을 꾸준히 해온 결과다. 신규 채용된 경력직은 대부분 기간 제한이 있는 계약직 형태다.



‘믿음이 번영의 근본’ 신영 = 이와는 극적으로 반대의 고용 구조를 가진 증권사도 있다. 신영증권은 지난 25일 여의도 본사에서 창립 6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은 “고객과의 신뢰도 진심 어린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고객 편의와 이익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 직원이 행복하게 일하고 주주가 만족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날 창립 기념식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원 회장이 신영증권을 인수(1971년)한 이후 45년째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5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국엔 IMF 금융위기가, 지난 2008년엔 글로벌 금융위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신영증권은 계속 흑자를 기록했다.

신영증권 측은 ‘안정적 직장’이 이같은 놀라운 성과를 끌어낸 이유로 평가한다. 신영증권의 비정규직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최저 수준이다. 대부분의 금융권에서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창구 텔러도 신영증권은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고객을 면대면으로 대하는 창구 직원이 전문성이 떨어지면 고객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정확하고 확실한 정보를 거짓없이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자기자리(직장)가 안정적이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철학”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내에서 비정규직은 사내에서 리포트를 나르는 등의 일을 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정도다.

신입 사원을 뽑는 방식도 유별나다. 면접시 중요하게 여기는 정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인데, 그 가운데서도 출석률은 성실성의 지표로 해석된다. 신영증권 고위관계자는 “요새 자기소개서는 ‘자기소설’이라 칭해진다. 얄팍하게 면접만을 통과하려는 사람들도 있다”며 “그러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는 위변조가 쉽지 않다. 또 거기엔 1년여를 지켜본 선생님들의 학생에 대한 평가도 담겨있다. 직원 뽑는데 이만한 정보가 더 어디있겠냐” 말하며 웃었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53명의 신입 직원을 공채로 뽑았다. 당연히 모두 정규직이다. 신영증권은 상반기와 한반기를 나눠 매년 30~50명의 신입 사원을 채용한다.

또 신영증권은 구조조정이 없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신영증권은 단 한명의 직원도 자르지 않았다. 높은 직장 안정성은 신영증권 직원들의 자부심이다. 신영증권에는 노동조합 대신 ‘신영가족협의회’라는 자치기구가 있다. 직원들의 대소사를 챙기는 자율 기구다.

물론 일부 불만도 있다. 신영증권의 한 직원은 “시장이 좋을 때엔 좀 더 공격적인 경영을 하는 다른 증권사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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