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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썰전 정치학 ’의 3가지 인기비결]① 교묘한 궤변·논리 결합…이념 선택 유도 데이터 기반둔‘화려한 독설’시청자 쾌감
상식의 예능·몰상식 정치의 만남…국민들‘카타르시스’


종합편성채널 JTBC의 교양프로그램 ‘썰전’의 인기가 뜨겁다. 고정 출연자였던 이준석과 이철희를 각각 여야 양당의 20대 총선 출마(예상)자로 배출했다. 또 다른 고정 출연자였던 강용석 전 의원의 경우는 새누리당 복당 무산으로 출마가 벽에 부딪쳤지만, 이들 3인의 정치권 도전 및 복귀에선 ‘썰전’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총선 도전으로 인한 이들의 방송 하차 후 새롭게 투입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원책 변호사는 프로그램 자체 시청률을 경신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썰전’은 금기와 성역없이 정치적 소재를 웃음의 대상으로 삼는다. 출연자들은 이 프로그램에서의 입심과 인기를 발판삼아 주류 정치권을 향했다. 전직 고위 관료, 최고로 꼽히는 논객 등 거물이 출연해 시청률을 이끈다. ‘썰전’은 정치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유의미한 현상이 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 이유와 의미를 분석했다.


웃긴 이유: 상식의 ‘예능’과 몰상식의 ‘정치’가 만나다= ‘썰전’이 후련하고 통쾌한 이유, 특히 지난달 14일부터 새롭게 구성된 패널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원책 변호사가 웃음을 주는 이유는 ‘몰상식한’ 정치를 ‘상식적인’ 예능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썰전’이 추구하는 예능과 시사의 결합은 단순한 포맷이나 소재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능이 근거하는 ‘상식’과 국내 정치의 잘못된 행태가 보여주는 ‘몰상식’이 단단한 고리를 이룬다. 상식의 예능과 몰상식의 정치가 충돌할 때 부조리의 폭로가 이뤄지고, 통쾌한 웃음이 유발된다. 유시민과 전원책이라는 뛰어난 ‘캐릭터’가 구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령 이런 것이다. 지난 11일 방송된 153회에서는 “핵을 구입해서라도 한반도에 배치하자”는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과 막말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 대선후보 트럼프, 버니 샌더스와 자신을 비교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을동 의원의 발언에 보수를 대표하는 전 변호사는 “천진난만한 발상” “무지의 소치”라 했고, 유시민 전 장관은 “집권당 최고 위원이 답답해서 한 말 치고는 참 ‘거시기’하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핵확산 금지조약 위반”이라고 했고 전 변호사는 “차라리 그럴 거 같으면 자위권에 의거한 핵개발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자”고 말했다. 그것이 ‘상식’이다.

“내가 뉴욕에서 총을 쏴도 유권자들은 나를 지지할 것”이라는 등 막말을 쏟아내는 트럼프에 대해서는 전 변호사가 “그가 당선되면 한국이 피곤해질 것”이라면서 그를 상대하려면 자신이 대통령이 돼서 ’트럼프와 트럼프를 쳐야 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을 막말로 보는 ‘상식’을 갖지 못한 시청자라면 웃을 수 없다.

통쾌한 이유: 비판하는 욕망, 데이터를 만나다=잘못된 정치는 국민 혹은 유권자를 미혹한다. 국민이나 유권자의 정치ㆍ경제적 이해를 교묘한 궤변이나 논리와 결합시켜 상식을 잊고 ‘이데올로기’를 선택하도록 한다.

그래서 국민이나 유권자들은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도 정치인들의 ‘프레임’에 갇히기 마련이다. ‘썰전’이 통쾌한 이유는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 ‘이건 아니라는 생각’ ‘뭔지 억울하다는 감정’에 데이터를 제공한다는것이다. 그럼으로써 정치인의 프레임을 벗어나 ‘상식’으로 돌아오도록 안내한다. 유 전 장관과 전 변호사가 제시하고 읽어내려가는 데이터는 시청자들에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과 억울하다는 심정이 매우 ‘정당한 것’이라는 사실 뿐 아니라, 그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준다.

유쾌한 이유: 유시민, 전원책의 ‘합리주의’=유 전 장관과 전원책 변호사는 각자 분야에서의 오랜 경력 뿐 아니라 미디어에서의 활동상으로 뛰어난 감각과 순발력을 갖고 있다. 이른바 ‘개인기’가 어지간한 개그맨보다 뛰어나다.

그러나 ‘썰전’의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그들만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합리주의’다. 유 전 장관과 전원책 변호사는 각각 국내 정치에서의 이념 스펙트럼으로 보자면 진보와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논객이다. 더 엄격한 잣대로 보자면 자유주의적 성향과 보수주의적 경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좌든 우든, 진보든 보수든 이 두 사람을 가로지르는 핵심은 ‘합리주의’다. 잘못된 정치가 불러일으키는 쓴 웃음이나 비웃음이 아닌 상식에 근거한 통쾌하고 유쾌한 웃음을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는 이유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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