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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썰전 정치학 ’의 3가지 인기비결]② 진보-보수의 흔들림없는‘원칙’환상 케미 복잡한 현안 유머·반어법 동원 쾌도난마
19대 국회는 ‘고구마’ 국회다. ‘여야 지도부 회동, 또 성과없이 마무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볼 때마다 대중의 목은 물 없이 고구마를 삼킨듯 꽉꽉 막혀만 간다. 그런데 그 퍽퍽한 고구마 틈을 뚫고 시원한 ‘사이다’ 한모금이 들어왔다. ‘미디어는 메시지’를 넘어 ‘미디어가 마사지(Massageㆍ마셜 맥루한)’가 된 시대. 진화에 성공한 ‘썰전’ 이야기다.

이처럼 썰전이 쟁쟁한 지상파 토론프로그램을 뛰어넘는 ‘최종승자’가 된 데에는 새로운 패널인 유시민 전 장관과 전 원책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 두 사람은 때때로 창과 방패의 역할을 바꿔가며 실타래 처럼 얽힌 현안을 쾌도난마하는 한편, 적절한 유머와 반어법으로 즐거움까지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일 방송된 ‘한국공항공사 연봉의 비밀(152회)’ 편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방송에서 유 전 장관과 전 변호사는 마치 짠 듯 역할극을 주고 받으며 허술한 공항공사의 인사시스템과 사리사욕만 쫓는 정치권을 절묘한 반어법으로 비판했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전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12월 사임했는데, 연봉이 3억3000만원이다. 장창수 전 국토해양부1차관과 박완수 전 창원시장도 총선 출마를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사임했다. 왜 언론이 (높은 연봉을 마다하고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이들을) 비판 하느냐!”는 전 변호사의 호통이다. 여기에 유 전 정관이 “훌륭한 반어법”이라고 ‘양념’을 치고, 전 변호사가 “네, 결국 공항공사 사장에 아무런 사명감도 없는 사람이 가 있었다는 이야기에요. 아~무런 사명감 없이 노느니 사장이나 하자?”라고 마무리를 하면 훌륭한 요리 하나가 완성된다. “그런데 (그들이) 높은 연봉도 마다하고 굳이 국회의원을 하려는 이유는 애국심 때문이겠죠?”이라는 유 전 장관의 2중 반어법은 상큼한 디저트다.

중요한 것은 이 둘의 ‘콜라보레이션’이 썰전을 왕좌에 올려 놓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 색이 각각 뚜렷한 유 전 장관과 전 변호사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환상의 ‘케미’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실제 유 전 장관과 전 변호사는 이념색이 극명히 갈리는 주제에 대해서는 한치도 양보하치 않고 토론에 임한다. 최근 남북관계 경색의 해결책으로 유 전 장관은 ‘대화’를 내놨고, 전 변호사는 ‘강경대응’을 제시했다. 반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비도덕적ㆍ반인륜적 사안’에 대해서는 공동전선을 만듦으로써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이때 자연스럽고 원만하게 이뤄지는 대립과 화합은 오히려 대중들의 ‘카타르시스’를 증폭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모든 사안에 대립으로 일관하는 현 정치권의 고구마와는 다른, 썰전만의 사이다 제조법이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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