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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경의 맘다방]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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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탤런트 김혜자씨가 지난 2004년 펴낸 책의 제목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폭력도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말인데요. 요즘 들어 이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올해 세 살이 된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미운 세 살’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벌써부터 고집도 세고 말도 잘 안 듣습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고뭉치인 건 두 말 할 것 없고요.

회사일 하랴, 집안일 하랴 지친 가운데 아이마저 엄마를 약 올리면 저도 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한테 삐치기도 하고 무서운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아이를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것만은 안 하려고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가 마음이 넓고 착한 엄마여서 그런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제 자신을 믿을 수 없어서입니다.

처음에는 충동적으로 가볍게 한 대 때린 것이 나중에는 더 강해지고 많아질까봐, 참을성이 점점 없어지고 폭력이 습관이 될까봐 아예 시작을 하지 않으려는 겁니다.

제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일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모르고 하거나 다르게 생각하는 일일 텐데, 제 기준대로 아이를 때릴 만한 일인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인가 의구심도 듭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제가 엄마란 이유로 저항할 힘도 없는 연약한 아이를 때릴 자격이 있나, 그러한 권리와 정당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물론 이건 저의 생각이고 저의 방식입니다. 저와 생각이 다른 엄마들에 대해 간섭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를 놀라게 한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들을 보면서 안타깝고 참혹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저 어린 나이에 잘못을 했으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다고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해야 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그 부모들도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겠지, 꽃으로 시작한 게 점점 커져서 어느새 칼이 됐겠지, 계획적으로 그랬다기보다 자기도 모르는 새 그렇게 돼버렸을 거라고 차라리 믿고 싶습니다.

꽃보다 곱고, 꽃보다도 약했던 아이들을 추모합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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