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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정적人]홍용표의 ‘심형래’식 발언 국회를 흔들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영구 있다”, “영구 없다”. 19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캐릭터 ‘영구’의 명대사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골목마다 연일 울려 퍼지던 이 한마디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코미디언 심형래 씨의 인기가 하락함에 따라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2016년,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다’는 심오한 존재론(?)이 담긴 명대사가 돌아왔다.


다소 생뚱맞지만, 부활의 장소는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지 ‘여의도’다. 2016년 버전 ‘있다 없다’ 놀이의 주인공은 홍영표 통일부 장관<사진>이 맡았다.

‘한 국가의 외교ㆍ안보를 담당하는 통일부 장관에게 다소 심한 비유가 아니냐’는 질책을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 후 이어진 홍 장관의 발언을 보면, 그야말로 ‘심형래식’이라는 비판이 딱 어울린다.

홍 장관이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언급한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임금의 70%가 노동당 서기실에 상납,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당초 “‘관련 자료가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던 그는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가 있다고 발언한 것은 와전된 부분”이라며 기존의 주장을 물렀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권의 ‘증거 제시’ 압박이 거세지자 나온 후퇴 행보다.

그러면서 홍 장관은 “증거자료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우려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취지”라면서도 “(증거자료가 아니라) 그런 의혹에 관련한 자료를 염두에 두고 해당 발언을 한 것“이라고 덧붙여 회의장을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상황에 따라 “증거 있다”와 “증거 없다”는 대사를 뒤섞으며 ‘21세기 심형래’를 자처한 셈이다.

이 같은 홍 장관의 태도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말은 함부로 하고, 자세는 불성실한 (홍 장관 같은) 국무위원에게 안보문제를 맡길 수 있느냐”며 “그런 정도로 무능하고 불성실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면 그만두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다수의 이해관계와 보안ㆍ안전사항이 복잡하게 얽힌 대북문제를 다루다 보면 명확한 처신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심형래’가 된 ‘장관’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누가 달래줄 수 있을까? 30년 만에 돌아온 영구의 ‘서글픈’ 귀환이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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