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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산콜은 고향길 전용내비가 아닙니다”
상담사 매일 100여명씩 풀근무
“귀성·귀경길 왜 막히나” 화풀이
어르신 외롭다 하소연 전화 단골
쓰레기·주차문제로 폭언 다반사
“고소인 보복 두려움까지…” 호소



“정성을 다하는 120 다산콜센터 상담사 OOO입니다.”

“지금 고향가는 길인데, 안 막히는 길은 어디죠? 내비게이션이 없는데 고향집 도착할 때까지 전화 끊지 말고 알려주세요.”

서울시 민원창구인 다산콜은 악성 전화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다산콜 관계자는 “가끔 고소인으로부터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움을 느낀다”며 “퇴근할 때 특히 주위를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정문에는 ‘용무가 있으신 분은 후문으로 오라’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후문을 찾았지만 벨을 눌러야 서울 120다산콜센터(이하 다산콜) 상담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일, 설 명절을 앞두고 24시간 특별운영하는 다산콜을 찾았다. 이곳 전화벨은 이 날도 쉴틈이 울어댔다. 설레는 명절 분위기는 적어도 다산콜을 빗겨간 듯하다. 푸근한 가족 품 대신 대신 전화기를 붙들고 24시간 다산콜을 지켜야하는 상담사들의 고단한 명절 이야기를 들어봤다.

▶폭언에 하소연에 “명절이 피곤합니다”=이번 설 연휴에도 다산콜이 서울시를 대표해 만능해결사 역할을 한다. 420명 상담사 가운데 매일 100명 안팎의 인원이 24시간 다산콜을 지킨다. 대체휴일까지 5일간의 설 연휴기간 동안 상담사들은 최소 하루 이상은 출근을 한다. 매일 2교대로 ‘퐁당퐁당’ 돌아가는 저녁·야간근무자들은 연휴와과 상관없이 정상근무다.

“고향 집에 도착할 때까지 네이게이션 대신해 막히지 않는 길을 안내해 달라며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끊어달라고 말해도 소용없죠.”

5분 단위로 교통상황을 업데이트해 서울 도심의 교통 흐름을 전해주고, 목적지까지의 거리와 소요시간, 막히는 길과 우회도로 등을 알려주는 일은 응당 이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도로에 갇혀 있는 시민들의 화풀이를 대상이 돼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명절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틈 없이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담사들이지만 짜증 섞인 전화 목소리에는 피로가 몰려온다. 일부 시민들은 길이 조금만 막혀도 그 책임을 상담사에게 돌린다.

상담사들은 대응 매뉴얼 따라 움직인다. 업무방해로 판단되면 전화를 먼저 끊는 선종료 시스템도 마련됐지만 판단은 쉽지 않다.

“명절인데 외롭다, 살기 힘들다 등 하소연하는 어르신들 전화가 특히 늘어납니다. 하지만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평소보다 근무인원이 줄어드는 연휴 때는 아무래도 담당하는 민원이 그만큼 많아진다. 상담사들은 명절기간 쓰레기 미수거, 주차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폭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인다.

‘서울시에 관한 모든 것은 다산콜로 문의하라’는 서울시 홍보 때문에 다산콜이 정말 무엇이든 물어보면 응답해주는 곳으로 오인하는 시민들이 많다. 하지만 서울시나 구청 업무와 무관한 내용은 사절이다.

▶“감정노동자도 감정이 있습니다”=“악성 민원인들이 이곳까지 찾아와 난리를 피우는 일이 많습니다. 다산콜 직원 대부분이 여성이어서 대응이 쉽지가 않네요.”

위탁업체 관계자는 정문과 후문이 꽁꽁 잠겨있는 이유를 설명하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시 민원창구인 다산콜은 악성 전화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술에 취하신 분들이 욕설을 하면서 전화를 하는 경우나 초등학생들이 욕만 하고 끊는 경우에 자괴감이 많이 들죠.”

어려움을 전한 다산콜 관계자는 악성 민원인 뿐 아니라 고소를 당한 사람들이 콜센터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최근 명문대에 다니는 한 학생이 휴대전화 여러 개를 돌려가며 성희롱과 업무방해를 했다가 서울시가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산콜 관계자는 “가끔 고소인으로부터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움을 느낀다”며 “퇴근할 때 특히 주위를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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