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팀 카타르 3대1 격파
8회연속 올림픽 진출 쾌거
신태용 감독 스리백 전술 주효
황희찬 ‘결승골 도움’ 등 맹활약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사드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홈팀 카타르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후반 3분 류승우의 선제골과 후반 44분 권창훈의 결승골, 후반 추가시간 문창진의 쐐기골이 잇따라 터지며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 결승 진출에 성공, 최소 2위를 확보하며 이번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티켓을 획득했다. 그동안 7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 이탈리아와 최다 연속 출전 공동 1위 기록을 세웠던 한국은 이로써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앞서 열린 경기에서 이라크를 2-1로 물리친 ‘숙적’ 일본과 오는 30일 오후 11시 45분 결승전을 치른다.

전반 내내 카타르의 파상공세에 고전하다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초반 류승우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류승우는 후반 3분 골대를 비우고 뛰어나온 카타르의 골키퍼를 따돌리는 재치있는 슈팅으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후반 34분 아흐메드 알라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10분 뒤 권창훈의 극적인 결승골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황희찬의 패스를 받은 김현이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쇄도한 이슬찬에게 볼을 이어줬고, 이슬찬이 크로스를 올리자 권창훈이 골대 정면에서 왼발로 방향을 바꿔 결승골을 꽂았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도움을 받은 문창진이 쐐기골을 터트리며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자축했다.

▶‘팔색조 전술’ 신태용 감독, 주무기 버리고 실리 택했다=신태용 감독의 팔색조 전술과 심리전이 주효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처음으로 3-4-3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외치던 신태용 감독이 이 대회서 처음 꺼내든 스리백(3-back) 카드였다. 주무기였던 ‘다이아몬드 4-4-2’를 버리고 전형적인 수비 전술을 택한 것이다.

매서운 화력에 홈 어드밴티지까지 갖고 있는 카타르를 상대로 정면 대결 대신 수비층을 두텁게 세워 기회를 엿보겠다는 속내였다.

노림수는 적중했다. 전반에 카타르의 파상공세를 최대 5명까지 늘릴 수 있는 두꺼운 수비로 잘 막아낸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대반격에 나서며 경기를 지배했다. 그

라운드 밖에선 심리전이 돋보였다. 요르단과 8강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가 변수다. 참 보기에도 민망하다”며 상대 감독을 자극해 기선을 제압했던 신 감독은 4강전 직전엔 황희찬과 문창진을 따로 불렀다.

신 감독은 “후반 30분에 투입할 거니까 사고 한번 쳐봐라. 포철공고 선후배끼리 영웅이 돼 보라”고 주문하며 승부욕을 일깨웠다. 이들은 거짓말처럼 쐐기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감독의 주문에 완벽히 부응했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게 돼 기분이 좋다”며 “한일전은 특수한 관계 아니겠느냐. 또 한 번 진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신 감독은 “일본을 이길 경우 기자회견에 한복을 입고 등장할 수 있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겁없는 막내’ 황희찬, 15분에 다 끝냈다=황희찬(잘츠부르크)의 존재감은 역시 남달랐다. 동점골을 허용해 자칫 분위기가 넘어갈 수도 있던 상황, 슈퍼맨처럼 등장한 황희찬은 맹렬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결승골을 이끌고 쐐기골을 도우며 팀 승리를 책임졌다. 리우행 비행기 티켓팅에 걸린 시간은 단 15분이었다.

황희찬은 지난 23일 요르단과 8강전서 발목부상해 이날 선발에서 제외됐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 34분 동점골을 허용하자 지체없이 황희찬을 불렀다. 80분간 모든 힘을 쏟아내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카타르는 황희찬이 빠르고 저돌적인 공격 앞에 맥없이 공간을 내줬다. 황희찬은 영리한 플레이로 권창훈의 결승골을 이끌어내고 문창진의 쐐기골을 도우며 15분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황희찬은 “처음 들어갔을 때는 발목이 아프고 불안했는데 골을 먹으니 죽도록 뛰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경기에 집중하니 아프지 않았다. 꼭 팀이 이기도록 돕고 싶었다. 자신감이 있었다”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한일전은 절대 질 수 없다. 이긴다는 생각뿐이다.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역사적인 부분이 있는데 마지막 경기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