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어디까지 왔나…2017년 본격 상용화 가능성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 업체들만의 미래 청사진이 아니다.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자율주행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개발에 뛰어든지 오래다. 반대로 자동차 업체들은 전자 IT 업체들의 기술 경연장인 CES로 무대를 옮겨 최신 IT 기술과 결합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은 산업 간 경계를 허물며 전방위 산업으로 급부상했다.
국산차 최초로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이 적용된 현대차 제네시스 EQ900 [사진제공=현대차] |
▶車-IT 간 합종연횡 봇물=업계에서는 2020년 본격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봤던 자율주행차 시대가 2017년이면 개막할 것으로 보고있다. 시장조사기관 BI는 “2020년에는 1000만대의 자율주행차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자동차 업체와 IT 업체 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졌다. 자동차업체의 하드웨어(차체, 파워트레인 등)에 IT업체의 소프트웨어(인포테인먼트, 사물인터넷 등)가 결합되는 식이다.
포드는 올해 초 열린 ‘CES 2016’에서 아마존과의 제휴를 발표했다. 이른 바 ‘스마트홈’ 시스템 구축을 위해 아마존과 손잡은 포드는 이제 차에서도 집의 창문을 열거나 불을 끄는 등의 기술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집에서 차 시동을 거는 것도 가능해진다.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LG전자와 손을 잡았다. 폴크스바겐은 CES에서 LG전자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결합한 전기 콘셉트카 ‘버드 e‘를 공개했다. 이 차에 탄 운전자는 차 안에서 냉장고, TV 등 가전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BMW는 중국의 IT기업 바이두와 손잡았다. BMW는 지난해 12월 바이두와 협력해 만든 자율주행차로 베이징 시내 골목과 고속도로 시험주행하는데 성공했다. BMW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해 차량과 스마트홈을 연동하기로 했다. 볼보와 르노-닛산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았다.
차업체가 전도유망한 IT 벤처 기업과 손잡는 일도 줄잇는다. GM은 앞서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에 5억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GM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면 리프트를 통해 무인택시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일본의 도요타는 미국의 위성통신 관련 벤처기업인 카이메타(Kymeta)에 500만달러(약 6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완전 자율주행차로 가기 위해선 차량 내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게 핵심 기술이라고 보고 있다.
차 브랜드간 협력도 늘고있다. 포드는 도요타와 손잡고 커넥티드카 기술 협력에 나섰고, GM도 혼다와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에 나섰다.
구글이 개발중인 자율주행차 |
메르세데스-벤츠가 CES에서 선보인 자율주행 콘셉트카 F 015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
포드가 선보인 자율주행차 [사진제공=포드] |
▶IT업체, 車업계를 집어삼킬까=문제는 차의 영역에서 IT업체들이 얼마나 주도권을 확보하는가다. 주행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자동차 기업과 통신모듈, IoT 기술을 갖고 있는 IT기업들 간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IT기업은 구글과 애플이다.
특히 구글은 현재 완성차 기업보다 기술력에서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5월 시범운행에 들어간 구글 무인차는 지금까지 약 210만㎞를 운행했다. 2018년엔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구글은 올해 ‘자율주행택시’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애플도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프로젝트명으로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의 도입을 위해 연구개발중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소프트웨어가 미래 자동차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 자동차에서 아이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자율주행차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현재 애플은 iOS 개발만으로 스마트폰업체가 얻는 이익의 90% 이상을 챙긴다. 반대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완성차 업체들은 소프트웨어로 차를 움직이는 시대가 되면 주도권을 잃을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아이폰 등장 이후 노키아와 블랙베리 등 휴대폰 시장 강자들이 쓰러졌던 것처럼 전기차와 자유주행차 커넥티드카의 등장으로 기존 자동차업체들의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구글이나 애플 생태계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BMW, 다임러, 아우디 독일 3사는 지난해 12월 공동으로 히어(Here)라는 지도회사를 28억 유로(약 3조6000억원)에 사들였다. 자신들만의 지도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애플과 구글이 각각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개발해 차량에 탑재한 가운데 자동차 업체들이 IT기업들의 데이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포드가 이번 CES에서 구글이 아닌 아마존과 협력을 발표한 것도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카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구글과 포드의 협력이 불발된 것으로 분석했다.
BMW가 선보인 자율주행차 주행 이미지[사진제공=BMW] |
아우디의 자율주행차 RS 7 파일럿 드라이빙 콘셉트카 [사진제공=아우디] |
▶국내 자율주행기술 개발 현황은?=그동안 선진국에 비해 5년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력도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출시한 제네시스 EQ900에 국산차 최초로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을 적용했다. 150㎞/h 이내에서 차간 거리 및 차선을 유지하고, 전방 차가 정차하면 자동으로 정지한 뒤 재출발하고, 고속도로 구간별 속도제한에 따라 자동으로 속도 조절이 가능한 기능이다. 현재 상용화된 차 중에는 BMW 신형 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 정도만 가능한 기술이다.
기아차도 이번 CES에서 자율주행 브랜드 ‘드라이브 와이즈’를 소개하고 2030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예고했다.
문제는 현대차를 비롯한 국산차가 자율주행차 개발엔 후발주자라는 점이다. OS 등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위한 IT 기업들과의 협력도 부진한 상황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의 기술은 크게 정밀 지도, 차량 위치 인식, 주행 상황 인지와 차량 제어 등으로 나뉘는데 정밀 맵이나 위치 인식 기술은 현재 개발 단계에 있다. 일부 국산화에 성공한 기술도 있지만 여전히 기술 격차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