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백화점들 유명 브랜드 입점 잇따라
점포마다 월평균 2억~6억원 매출 ‘짭짤’
소비 위축 패션매장 대체 ‘새 활로뚫기’
2년여 전부터 급성장한 디저트 시장이 최근 다양성까지 확보하며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식후 디저트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으며 초기에 부담스럽게 여겨졌던 유럽풍 디저트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롯데 본점은 휘낭시에 등 프랑스의 구움과자류를 주력으로 하는‘ 위고 에 빅토르’를 단독으로 들여왔다. |
국내 디저트 시장은 일본 브랜드들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일본 브랜드의 디저트들이 자극적이지 않고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디저트는 본래 달콤한 맛이 강하다. 서양식에서는 고기나 생선 등으로 조리한 메인요리가 기름진 맛이 강하기 때문에 단 맛으로 정식을 마무리 해주는 것이 균형에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식사는 기름진 맛이 덜해, 국내 소비자들은 단 맛이 강한 디저트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이 자리를 채워준 게 일본의 디저트였다.
2년여 전 롤케이크 열풍을 불러왔던 ‘몽슈슈’를 비롯해, 최근 국내에 상륙한 브랜드 중에도 일본 브랜드들이 많다. 지난해 12월 17개 디저트 브랜드를 새로 들여온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베이크’(치즈 타르트) ‘스윗하토’(과자 편집매장) ‘르 타오’(치즈 케이크) ‘파블로’(치즈 케이크) ‘핫텐도’(크림빵) ‘에이타로’(사탕) 등의 일본 브랜드들이 있다. ‘키세키’는 국내 업체가 시작한 브랜드지만, 나가사키식 카스테라를 취급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열면서 축구장 2배 크기인 1만3860㎡를 식품관으로 구성한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디저트 매장의 상당 부분을 일본 브랜드에 내줬다. 일본의 천재 파티시에 쓰지구치 히로노부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몽상클레르’를 비롯해 ‘몽슈슈’(롤케이크), ‘스윗하토’, ‘핫텐도’, ‘르 타오’ 등이 지하 1층에서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몽슈슈’를 국내에 처음 들여왔던 신세계 강남점은 ‘핫텐도’, ‘르 타오’, ‘로이즈’(초콜릿), ‘홉 슈크림’(슈) 등의 일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브랜드의 강세가 꺾이지 않을 것 같던 국내 디저트 시장에 최근 미국이나 유럽의 정통 디저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판교점에 들여온 뉴욕의 컵케이크 베이커리 ‘매그놀리아’는, 개장 5분만에 200명의 손님을 줄 세우며 월 평균 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판교점에서 브랜드 매출 순위 중 10위에 오르는 수준이다.
현대 판교점과 무역센터점에는 ‘매그놀리아’ 외에도 마카롱으로 유명한 ‘피에르 에르메’도 입점해 각 점포에서 월 평균 2억5000만~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에도 프랑스의 명물인 ‘에클레어 드 제니’와 초콜릿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라 메종 뒤 쇼콜라’가 입점해있다.
롯데 본점은 휘낭시에 등 프랑스의 구움과자류를 주력으로 하는 ‘위고 에 빅토르’를 단독으로 들여왔다. 롯데는 올해 중으로 ‘피에르 에르메’와 ‘라 메종 뒤 쇼콜라’ 등 프랑스 브랜드를 추가로 입점시킬 계획이다.
디저트 시장에 갑자기 서구 바람이 거센 것을 두고 업체들은 이제 국내 소비자들도 디저트 문화에 익숙해져 단 맛의 서구권 디저트에도 거부감이 없어졌기 때문이라 분석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호기심 역시 서구 브랜드를 국내에 끌어온 원동력이다.
다양한 디저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디저트 시장은 올해도 큰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저트는 최근 패션 MD에서 위축된 백화점이 새롭게 찾는 활로이기도 하다. 매장에서 의류 소비가 위축되면서 백화점들은 고객들의 객단가가 크게 줄어든다는 고민을 떠안게 됐다. 식품관을 찾는 발길은 많아졌지만 식사로 소비가 그친다면 객단가가 1만~2만원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디저트와 커피, 차까지 백화점에서 해결한다면 객단가는 1만5000~2만원 정도 더 추가된다.
디저트 매장의 확대는 백화점들이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곳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자리잡으려 하는 노력과도 연결된다. 맛있는 음식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것은 백화점 내에서 고객들이 여가를 보내게 하려는 전략의 가장 첫 단계다. 고객들의 체류시간이 증가하면 자연히 연관구매도 높아지게 마련이어서 백화점 입장에서는 디저트를 포기할 수 없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