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비명…외면하는 정부

지난해 철강업계는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중국의 저가제품 공세에 시달렸고, 국내외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급감에 시름했다.

설상가상 지난해 연말 들려온 미국의 금리인상 소식에 철강업계는 신흥국 경기 둔화와 중국 위안화 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 악화라는 폭탄까지 맞닥뜨리게됐다.

이런 겹악재 속에 철강업체들은 적자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고 수조원이 들어간 고로를 멈춰세우는가 하면 공장을 아예 폐쇄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와 함께 자동차용 강판 경량화 등의 신기술 개발 등 활로 모색에도 구슬땀을 흘렸다.

이처럼 철강업계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는 반면, 정부당국과 정치권은 이를 먼 산 바라보듯 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기업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에서 철강 등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은 시장 자율에 맡긴다고 했다. 특히 금융권을 동원한 구조조정 강드라이브는 글로벌 철강시장의 동반 부진이라는 업계 시황을 무시한 처사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국회에도 불만은 차고 넘친다. 신속한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위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여야의 정쟁속에 넉달남은 19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제품기준에 못미치는 중국산 수입 규제와 중국 철강사들의 우회 수출에 대한 감시ㆍ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도 업계의 바람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실태파악과 단속에 나섰지만 업계에선 자칫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여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정부가 나서줘야 할 일이 따로 있다”고 했다.

철강산업은 단순한 산업 분야 중 하나가 아니다. 산업의 ‘쌀’을 만들어내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이전 정권들이 식량주권과 농가보호를 위해 쌀 시장 개방에 심사숙고했던 것처럼 철강산업에도 그만큼의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