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서 잠잘때까지 e세상 로그인
생존경쟁속 기존세대 큰 불신
“헬조선에 태어나서 죄송”자학개그도
10대는 한동안 세대 담론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다. ‘N포 세대’로 그려진 청년, 민주화운동 세대인 중년,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인 장년에 비해 그들의 특징은 도드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세대가 자기 짐의 무게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10대의 고민과 일탈은 ‘중2병’ 정도로 폄하됐다. ‘경계인’, ‘질풍노도의 시기’ 등 청소년에 대한 고전적인 정의들만으로도 능히 이들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의 10대는 자신을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해 줄 것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들은 역대 어느 세대보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세대이고, 가치관이 미처 형성되기 전부터 그것을 삶의 기본 환경으로 경험한 세대이다. 또 IMF 이후 만성적인 저성장의 경제 분위기 속에서 단 한번도 호황기의 활력 넘치는 경제ㆍ사회적 분위기를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 신자유주의식 생존경쟁이 내면화된 세대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로 인해 기성체제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K세대를 앞선 세대와 구별짓게 해주는 가장 큰 특징은 모바일 인터넷을 유비쿼터스(언제 어디에나 존재함)의 형태로 경험하며 자라났다는 점이다. 모바일 인터넷 이용이 대중화된 것이 2010년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이르면 유년기부터 모바일을 통해 인터넷 세상에 상시 로그온했다.
10대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0년 5.3%에서 2011년 40.0%로 폭증한 뒤, 지난해 99.7%로 올랐다. 또 제일기획 빅데이터 분석조직인 제일DnA센터에 따르면 10대의 스마트폰앱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50분으로 가장 높았다.
심지어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일종의 공기처럼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보고한 상담 사례에 따르면, 한 중학생은 부모가 스마트폰을 뺏어간 뒤 돌려주지 않자 대성통곡을 하다가 경련까지 일으켜 119가 다녀갔고, 다른 학생은 학교에서 태블릿PC를 빼앗기자 자해를 했다. 기성세대는 이러한 노모포비아(no-mobile-phone phobia)적 증상을 ‘중독’이라 부르고, 10대 10명 중 3명은 ‘중독 위험군’에 속한다는 정부 조사 결과도 있지만, 역으로 그들 세대의 생존 양식이 기존과는 달라졌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은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
▶K세대의 자학 개그… “헬조선에 태어나 죄송합니다”=K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모바일로 습득한 정보를 통해, 생존경쟁의 가치관을 내면화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자조한다는 점이다.
가령 올해 인터넷을 지배했던 담론인 ‘헬조선’이 대표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의 고단함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이 단어는 고도성장기의 희망이 사라진 빈자리를 채우며 최고 유행어로 등극했다. K세대는 담론을 주도하고 또 따라가면서 헬조선의 운영 논리인 적자생존과 각자도생을 조롱하는 한편, 추구해야 할 덕목으로 받아들였다. 생존이라는 한정된 재화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헝거게임에서처럼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것을 ‘세상 사는 이치’로 불만스럽지만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중적 태도는 K세대가 쓰는 인터넷 신조어에서도 드러난다. 취업이 어려운 문과학생은 ‘문과충(蟲)’이라 조롱받고, 문과라서 죄송(문송)스럽다고 자조한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계급이 갈리는 ‘수저 계급론’을 비꼬지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가 부럽기도 하다. 마치 자학 개그를 보는 것과 같은 이러한 태도는 캣니스가 헝거게임에 질색하면서도 우승을 위해 타인을 죽여야 하는 딜레마와도 유사하다.
이 딜레마의 결말은 열려 있다. 일부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영웅을 꿈꿀 것이고, 다른 일부는 일본의 사토리(さとり) 세대처럼 돈이나 출세에 욕망을 품지 않는 안분지족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또 IS에 자원해 충격을 안겨준 한 10대처럼 이 사회로부터의 탈주를 기도하는 이도 있을 것이며,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바꿔보려는 열망을 품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 다양한 가능성 중 어느 방향으로 인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성세대의 몫으로 남아 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