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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속 질병] 친딸 학대하고도 죄책감 없는 ‘게임 중독’…예방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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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환경 요인이 커…대인관계 유지하고 주변 도움 받아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온라인 게임에 빠져 초등학생 딸을 집에 감금하고 폭행하는 등 장기간 학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 게임을 비롯한 인터넷 중독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인터넷 중독은 게임, 통신, 인터넷을 과도하게 사용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태를 말한다. 

게임중독, 채팅중독, 주식중독, 포르노 중독 등 형태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중독은 일종의 충동조절 장애로치료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요인이 될 수 있는 주변 환경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인터넷 중독의 원인으로 익명성, 대인관계의 대리만족, 엿보기, 사이버 공동체 등이 꼽힌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상에서는 일대일 또는 다수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규칙과 예절을 무시할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 할 수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관계를 맺고 영역을 확대하고 유지하게 되는 것이 인터넷에 몰입하는 이유가 된다. 이번 학대 사건에서도 가해 남성은 게임상 인간관계를 현실과 혼동하면서 정작 자신의 딸에 대한 학대를 당연시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승환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억압되고 관계의 폭이 좁았던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게 됨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을 극대화하고 타인과의 관계가 이전보다 잘 유지된다고 믿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이버 공간에서 같은 의견을 공유하고 같은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집단과 결속을 다지면서 현실세계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사회적 지지 체계를 확보할 수 있다”며 “중독의 핵심은 현실도피”고 강조했다.

이영식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과 교수는 “중독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주변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가족갈등이나 서투른 대인관계에 따른 스트레스와 우울감, 불안감으로 인해 스스로 고립되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상태가 지속되면 이에 대한 보상이나 자각 극복의 수단으로 가상세계에 탐닉하고 중독된다”고 지적했다.

김봉석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사회공포증 등 정신장애가 있거나부모와 갈등, 학습부진, 친구 문제 등이 있을 때 도피처로 인터넷 공간을 찾는 일이 많다”며 “1차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인터넷 중독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우선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것이 과제다. 막연히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이버 공간에서 보내는지, 또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기록해 보는 것도 좋은 해결 방법이다.

또 인터넷 활동이 자신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인지,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가중치를 매기고 인터넷 활동으로 ‘잃은 것’이 무엇인지 목록을 만들어 본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처럼 중독자가 고립된 상황이라면 속수무책이다.

김 교수는 “문제를 인식하고 혼자서 해결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가능하다면 주변의 도움을 청하고, 평소 인간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사회적 고립을 피하고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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