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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는 동네의 역설 ① 수산시장] 건물 현대화 불구 상인들 “새 집 싫다”...이유는?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지난 1971년 서울역에서 노량진으로 옮겨 터를 잡은 이래 44년간 수도권 시민들의 밥상 위 수산물 공급을 책임지던 수산물도매시장 ‘노량진수산시장’. 내년 1월15일 인근 현대식 건물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입주 예정일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새 건물 점포의 면적, 임대료 등을 놓고 상인들과 수협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 예정대로 입주가 이뤄질지조차 미지수다.

23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상인들 사이에선 “기존 건물에서 새 건물로 이전할 시 임대료가 160% 인상된다더라”, “3배까지 오른다더라” 등의 우려가 파다했다. 이 곳에서 15년 장사했다는 소매상 김모(52ㆍ여) 씨는 “많이 오른다는 얘기가 들리더라”며 근심을 내비쳤다.

23일 찾은 노량진수산시장에는 점포마다 ‘박근혜 대통령님, 노량진 수산시장을 살려주세요’, ‘노량진 수산시장을 100년 보는 시장으로’라는 붉은 리본이 달려있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orp.com


현재 상인들은 목이 좋은 자리부터 좋지 않은 자리까지 순차적으로 매긴 ‘자리 등급’에 따라 최저 22만2700원, 최고 49만7200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등급도 A부터 F까지 총 6등급으로 선택의 폭도 비교적 넓다.

새 건물의 경우 A부터 C까지 세 등급으로 나뉘며, 가장 목이 좋은 곳인 A등급부터 71만원, 47만원, 25만원 순으로 임대료가 책정된 상태다. 여기에 기타 전기료, 수도료 등 제반비용을 합치면 월 200만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게 상인들의 걱정이다.

23일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소매상인이 가게 밖 통로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다. 내년 1월15일 인근 현대식 건물로 이전을 앞둔 상인들 사이에선 “새 건물 점포 면적이 현재 면적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우려가 많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orp.com


그러나 무엇보다도 상가 상인들의 불만은 새 건물이 지나치게 좁다는 데 있다. 전모(58) 씨는 “이전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임대료를 논하는 건 나중 문제”라며 “새 건물을 보면 현재 시장의 3분의 1 크기에 불과해 도ㆍ소매 기능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협 측은 점포마다 1.5평을 주겠다고 하지만, 통로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1.2평 남짓”이라면서 “현재 상인들이 사용하는 공간이 3.38평인데 새 건물로 이전하면 어떻게 장사를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상인들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터를 옮길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점포마다 ‘박근혜 대통령님, 노량진 수산시장을 살려주세요’, ‘노량진 수산시장을 100년 보는 시장으로’라는 붉은 리본을 달아놓은 것은 물론, 매주 화ㆍ목요일마다 수협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44년간 수도권 시민들의 밥상 위 수산물 공급을 책임지던 ‘노량진수산시장’이 내년 1월15일 인근 현대식 건물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입주 예정일 한달도 채 남지 않은 현재 새 건물 점포의 면적, 임대료 등을 놓고 상인들과 수협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orp.com


수협 관계자는 “새 건물 임대료는 다른 곳보다 현저히 저렴하며, 43% 정도 인상되는 수준”이라면서 “새 건물의 A등급 연 임대료 852만원은 이들 전체 매출의 4.1%밖에 안된다”고 반박했다. 또 “수협이 경매장과 판매장을 1, 2층으로 분리해 판매장을 넓히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상인들이 ‘전세계 어떤 재래시장이 복층구조냐’고 해 땅까지 추가 매입해 수평 건물을 지어준 것”이라며 “전체 면적도 현대화건물이 기존 건물보다 46평 더 넓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원칙적으론 상인들이 기존 건물에서 1.5평을 사용하는 게 맞지만 무단으로 고객 통로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라며 “서로 불편하지 않은지 동선을 확인할 시뮬레이션까지 해보자 했지만 저쪽(상인)에서 거부한 상태”라고도 했다.

그러나 서효성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총연합회 사무국장은 “현대화건물이 기존 건물보다 더 넓다는 건 건물 전체 바닥 면적을 합해놓고 하는 소리”라며 “단층으로 된 현 수산시장과 비교했을 땐 턱없이 작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화라는 건 기존 시장의 도ㆍ소매 기능은 그대로 살리면서 깨끗하게 만들어야 하는건데, 새 건물에선 트럭들이 지금처럼 자유롭게 활어를 싣고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 한대가 하차를 하면 나머지 차들은 뒤에서 줄줄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마당에 소비자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rim@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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